청주 봉명고 2학년 노준하(17)군은 지난 6일 오후 청주시민회관에서 열린 '한국 생활음악 콩쿠르 충북도대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제자'인 유하나(12ㆍ봉덕초 6)양, 김새미(13ㆍ송절중 1)양이 초등부와 중등부 특상, 오보미(14ㆍ송절중 2년)양이 중등부 최우수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소녀가장들이다.
어린 사제간의 인연은 노군이 중학교 3학년이던 2009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군은 당시 충북 인재양성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받은 270만원을 뜻있는 곳에 쓰고 싶었다. 그는 바이올린을 사 소년소녀 가장이 생활하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대우 꿈동산'을 찾아 이들에게 선물했다. '2010 대한민국 음악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바이올린 연주에 재능이 있는 노군은 매주 토요일 이곳을 방문해 유양 등에게 바이올린을 지도했다. 유양 등의 실력이 일취월장하자 지난해 말 노인요양원에서 나눔 음악회를 가진 뒤 이들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자고 의기투합했다. 6개월 뒤에 열리는 음악 콩쿠르 대회 출전이다.
지난 4월부터 주말에만 하던 레슨을 주당 3일로 늘려 맹연습에 들어갔다. 특히 오양은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가 있지만 새롭게 도전하는 꿈을 포기할 수 없어 하루도 바이올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프로급 기량을 가진 학생들과 경쟁하는 콩쿠르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사건이었지만 특상과 최우수상을 받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
노군은 "특상과 최우수상이 발표되는 순간에 우리 모두 난리가 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바이올린을 공부한 하나, 새미, 보미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기뻐했다.
외교관이 꿈이라는 노군은 "자선 연주회를 열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 외교관이 되기 위해 착실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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