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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북중 경협 구경만 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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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북중 경협 구경만 하면 될까

입력
2011.06.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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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낙천성은 정평이 나 있다. 지난달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한의 중국 의존 심화 우려가 제기됐을 때도 특유의 낙관적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평통자문회의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많은 분들이 너무 중국에 의존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이 도와주면 그것도 좋은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 전에도 여러 번 김 위원장의 잦은 방중을 긍정 평가한 바 있다.

닻 올린 황금평ㆍ위화도 합작개발

어제 북중 접경지대인 압록강 하류의 섬 황금평에서 '황금평ㆍ위화도 경제지대'합작개발 착공식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북한에선 북ㆍ중 경제협력을 주도하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수영 합영투자위원장이, 중국에선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 등이 참석했다. 황금평ㆍ위화도 경제지대는 두만강 유역의 나선특구와 함께 북ㆍ중 경제협력의 양대 축이다. 그 합작개발 착공은 양측의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북ㆍ중 경제협력이 본격 시작됐음을 뜻한다. 이런 순간에도 그저"그것도 좋은 것"이라며 손 놓고 있어도 되는 걸까.

이 대통령이 얘기한대로 김 위원장이 중국을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보고 느낀 바들이 북한의 변화를 추동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갈 때마다 중국 지도부의 개혁개방 촉구도 점점 강도가 세지고 있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최악이고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이 전면 중단된 상태에서 강화되는 북ㆍ중 경협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이래로 주변의 강대국들간 균형과 자주 노선을 견지해왔다. 냉전시대 중ㆍ소 등거리 노선을 취했고, 탈냉전 시대 들어서는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중시하면서도 대남 및 대미 접근을 위해 끊임 없는 노력을 해왔다. 대화 공세는 물론 심각한 도발도 알고 보면 관심 끌기 전술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정치ㆍ외교는 물론이고 경협분야까지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방중 기간 6,000㎞의 시찰 강행군과 북ㆍ중 정상회담 결과에 담긴 뜻은 명백하다. 북ㆍ중 우의 과시로 한ㆍ미 주도의 국제사회 대북제재 부담을 털어내고, 중국과의 경협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구하겠다는 의도다. 북한은 최근 남북 당국자간 비밀접촉 내용을 까발리며 남측의 정상회담 제의를 걷어찼다. 우리 군부대 일부에서 김정일 3대의 사진을 사격훈련 표적지로 사용한 게 주된 요인이다. 북한에서 김정일 가계에 대한 모욕은 이슬람 세계가 코란 훼손에 분노하는 것 이상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남관계를 포기하고 중국에 기대는 국가생존전략 변화에서 비롯됐을 개연성이 높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 북ㆍ중 경협 전망에 의문부호를 찍는 견해도 적지 않다. 1991년에 시작된 나진선봉지구 개발이나 2002년 신의주 특구 개발 등이 추동력 부족으로 흐지부지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와 여건이 다르다. 황금평ㆍ위화도 지구와 나선특구 개발에 북ㆍ중 양국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황금평ㆍ위화도는 중국판 개성공단이다. 값싸고 질 좋은 북한의 노동력과 중국의 자본ㆍ기술의 결합으로 양측이 얻을 게 많다. 500만평에 달하는 황금평ㆍ위화도는 350만평인 개성공단 1차 지구보다 더 넓다. 나선특구는 중국으로서는 동북3성 개발전략인 '창-지-투'개발에 필수적인 동해출해권이 걸려 있고, 북한은 보세가공, 소재 및 첨단기술 기업 유치 기대에 부풀어 있다.

중국의존 커질수록 통일 멀어져

북ㆍ중 경협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북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이 대통령이 보는 것처럼 긍정적이다. 하지만 남북간 교류와 경제협력이라는 한 쪽 날개가 꺾인 채 대중 의존도가 깊어지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는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는 북한의 주체, 자주노선의 균형 복원 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관계처럼, 남북이 같은 민족에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영영 다른 나라가 되는 길에 접어들고 있지 않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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