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예정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군 시점이 다가오면서 철군 규모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등 최근 대(對)테러전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병력 철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
미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빈 라덴의 죽음과 막대한 전쟁비용 부담으로 인해 새로운 '전략적 고려'를 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철군문제는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ㆍ파키스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국가안보회의 (NSC)에서 논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철군 숫자에 대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백악관은 2009년 추가 파병 때 불거졌던 행정부 내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 등 병력 증파에 반대한 백악관 참모들에 맞서 당시 국방부와 군 수뇌부는 탈레반의 공세가 거세졌다며 파병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고, 결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추가 파병안을 관철시켰다.
이번에도 비슷한 구도다. 백악관 참모들은 빈 라덴 제거로 9ㆍ11테러의 재연 가능성이 사라진 만큼 5,000명 이상 최대 1만명 수준까지 병력을 줄이는 조기 출구전략을 선호하고 있다. 미 정부는 당초 7월부터 3,000~5,000명을 감축하기 시작해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주둔 병력 전원(10만명)을 빼낸다는 철군 로드맵을 세웠었다. 반면 국방부는 철군 개시는 예정대로 하되 속도는 아프간의 치안과 정치적 안정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완만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5일 "내가 (철군 규모를) 결정한다면 전투 병력은 반드시 남겨둘 것"이라며 "급격한 철군은 탈레반에 치안 공백의 허점을 파고들 빌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아프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표면화했다. 당초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점쳐졌던 제임스 카트라이트 합참부의장이 낙마한 것이 표면상으로는 여비서와의 염문설 때문이었으나 2년 전 아프간 추가 파병을 놓고 수뇌부와 잦은 마찰을 빚은 것도 한 원인이 됐다.
NYT는 "아프간전이 10년 넘게 이어지며 국민적 피로감이 최고조에 이른 점을 감안할 때 이 문제는 내년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될 게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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