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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경주 양북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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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경주 양북을 지나며

입력
2011.06.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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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대왕 수중릉의 방사능 오염을 조사하라!' 신라 문무대왕 수중릉이 있는 경북 경주시 양북면을 지나다 이와 같은 문구의 현수막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뿐이 아니었다. 양북면 곳곳에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월성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을 지적하는 격렬한 문구의 현수막이 요란하게 걸려 있다.

양북면은 양남면에 세워져 있는 월성원전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원전을 반대하는 목소리치고는 지역 단체가 모두 동원되는 등 너무 조직적이어서 알아보니 양북면 주민들이 경주시와 싸우고 있었다. 경주시가 양북면 장항리로 이전 예정이었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도심권으로 옮기기 위해 추진단을 운영하자 양북면 주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약속대로 한수원 본사를 장항리로 옮기라는 것이다. 결국 원전 반대는 한수원 본사를 양북면으로 옮기기 위한 협박용이었다. 한수원 본사 이전 약속을 지키라는 양북면 주민들의 뜻은 알겠지만 현수막 내용처럼 원전 반대가 문무대왕의 유지를 모시고 있는 양북면 주민의 진정이면 좋겠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대왕은 죽어서도 왜구의 노략질을 막기 위해 동해의 용이 되겠다며 능이 아니라 스스로 화장을 원했던 분이다. 김부식의 에 전하는 문무대왕의 유언의 요체는 나라와 백성의 태평성대였다. 신화로 살아 빛나는 호국 성지에 왕의 바람이 올곧게 살아 있으면 좋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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