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이익단체의 요구를 들어준 보건복지부의 정책결정이 또다른 이익단체의 반발을 불러왔다. 복지부가 대한약사회의 거부로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추진을 중단하자, 이번엔 대한의사협회가 이를 빌미로 정부가 추진 중인 '선택의원제' 포기를 압박하고 나섰다.
의협은 7일 오전 11시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이 특정 직역(약사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복지부의 행태가 놀랍다"며 "진수희 복지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약사회의 '심야 당번약국' 확대안에 대해서도 "24시간 운영이 아니므로 밤 12시 이후엔 국민 불편이 여전하고 약국들의 참여 저조로 실패할 확률도 높다" 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도록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여야 국회의원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이에 따른 '낙선운동'까지 예고했다.
겉으로 보면 의협이 일반약의 슈퍼판매를 요구하는 것 같지만 진짜 속내는 다른 데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복지부를 흔들어 그간 의협이 요구해온 '선택의원제 철회'를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그간 1차 의료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선택의원제를 추진해왔다.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자가 동네의원을 선택해 계속 진료를 받으면 의원에 인센티브 수가를 주자는 것이다.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으면서도 이들을 동네병원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의협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내과, 가정의학과 등 일부 진료과목에 환자가 몰리고, 개원 전문의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반대해왔다.
경만호 의협 회장은 "약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일반약 수퍼 판매를 추진하지 못한다는 복지부가 선택의원제는 의협이 반대해도 그대로 (밀고) 가겠다고 한다"며 "정부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약분업에 대해서도 "재평가 해서 보완해야 한다"며 정책 손질을 요구했다.
이들은 "향후 병ㆍ의원에 관련 포스터 게시, 서명운동, 대규모 시위로 투쟁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며 "오는 11일 전국 시도의사회장단 회의를 거쳐 집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복지부를 옥죄었다.
의협의 회견에 약사회도 반박 자료를 내어 불쾌감을 표시했다. 약사회는 "당번약국 확대를 통해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게 약사들의 진정성"이라며 "의약품을 약국 외에서 자유롭게 판매하고 구입하게 하자는 주장은 국민의 건강을 중심에 둔 판단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김태현 사회정책국장은 "의협의 기자회견은 복지부가 약사회의 이익을 챙겨줬으니 우리 밥그릇도 챙겨달라는 주장"이라며 "그간 특정 직역단체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보건의료정책을 펴온 복지부가 원인 제공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