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유료 사업을 하라.'
애플의 난데없는 온라인 정책 변경 때문에 국내 모바일 서비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위한 온라인 소프트웨어 장터인 앱스토어에서 응용 소프트웨어(앱)를 통해 유료 콘텐츠 판매를 할 경우 반드시 애플을 통해서만 결제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 심지어 결제 사이트로 연결되는 인터넷주소 안내(링크)조차 하지 못하도록 했다. 애플은 이를 '앱스토어 구매(in app purchase)'정책이라고 부른다. 애플은 이 정책을 따르지 않고 자체 결제 과정을 지닌 앱에 대해 이달 말까지 수정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주고 변경하지 않으면 다음달 1일부터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모든 매출은 애플과 나눠라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서 모바일 사업을 하던 업체들은 앱을 통해 음악 파일이나 동영상, 게임 아이템 등을 자체 결제 과정을 거쳐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반드시 애플의 앱스토어 결제를 통해서만 콘텐츠나 아이템 판매를 해야 하고 이렇게 번 돈의 30%는 애플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졸지에 매출의 30%가 줄어드는 셈이다. 애플 관계자는 "자체 결제 과정을 가진 앱은 백화점(앱스토어)에 입점한 업체가 손님을 다른 매장으로 빼돌려 장사를 하는 것과 같다"며 "장터를 제공하는 만큼 백화점 안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당연히 국내 모바일 서비스 업체들은 혼란에 빠졌다. 애플의 정책을 따르면 매출의 3분의 1이 줄어들고, 거부하면 만만찮은 유료 구매자들이 있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관련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실제로 자체 결제 과정을 지닌 국내 앱이 최근 애플 심사에서 거부되기도 했다. NHN은 최근 음악 및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엔드라이브를 연동한 아이폰용 앱을 개발해 애플에 심사를 신청했으나 거부됐다. 애플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 앱이 자체 결제 과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애플의 '앱스토어 구매'정책에 따라 거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원클릭 결제 가능해 편리
하지만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애플의 '앱스토어 구매'정책이 편리하다. 애플 앱스토어 계정만 있으면 각각의 앱에서 따로 결제를 위한 계정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한 개의 계정으로 모든 앱에서 유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원클릭 쇼핑과 같은 개념이다. 사실 애플의 앱스토어 구매는 아마존의 비즈니스 및 기술특허인 원클릭 쇼핑을 이용한 것이다.
또 애플은 '앱스토어 구매'정책을 펴면서 앱에서 결제할 때 PC를 이용한 웹사이트 결제보다 비싸게 받지 못하도록 했다. 모바일 서비스 업체들이 애플에서 가져가는 매출 30%를 보충하기 위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이용자들에게 더 비싸게 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국내 이통사로 확산될 듯
뿐만 아니라 애플의 '앱스토어 구매'정책은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에게도 새로운 사업의 장을 열어줬다. SK텔레콤이 당장 애플의 '앱스토어 구매' 정책을 그대로 흉내내 'T스토어'에 적용했다. 즉, T스토어를 이용해 판매하는 안드로이드폰용 앱은 자체 결제 과정을 거치면 안되고 반드시 T스토어 결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앱에서 일어나는 유료 매출의 30%는 SK텔레콤이 가져간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 뿐 아니라 모바일 분야에서 매출을 올려야 하는 KT, LG유플러스 등 다른 이통사들도 애플의'앱스토어 구매'정책을 따라 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이 모바일 사업의 또 다른 사업 표준을 만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뿐만 아니라 모바일 사업마저 스탠다드(표준)를 만들었다"며 "이통사들을 통해 국내에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