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통상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며 순환한다. 경기 변동을 일으키는 원인을 어느 하나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원초적 원인은 역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는 원인은 ▦장기적으로는 과잉설비 ▦단기적으로는 재고를 들 수 있다.
갑자기 경기변동의 원인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최근 미국 경기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이다. 올해 초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6월로 종료될 예정인 2차 양적 완화 정책이 6월로 종료될 예정이어서 그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경기둔화는 앞서 이야기한 순환적 경기변동의 원인인 설비나 재고의 과잉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한 과잉설비 감소에 주력했다. 2007년을 정점으로 줄어든 미국 생산 능력은 올해 들어서야 소폭이나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현재 미국의 제조업 생산 능력은 2000년 수준에 불과해 지난 10년간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재고도 마찬가지다. 완만한 경기회복에 맞춰 기업들이 재고를 일부 쌓기는 했지만 여전히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최근 미국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일시적 요인들이 대부분이다. 1분기에는 혹한과 혹설 피해가 영향을 주었고, 2분기에는 중동사태에 따른 원유가격 상승과 일본 대지진 영향이 컸다. 특히 지진으로 인해 각종 부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 일본의 영향력은 5월 들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자동차 등 주요 산업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으며 이것은 고용을 포함한 대부분의 경제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물론 이는 올 4월 미국의 산업생산이 발표됐을 때 이미 예상이 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이 부정적인 것은 둔화 폭이 생각보다 컸고 이러한 지표 부진이 최소한 6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시적 영향에 의한 지표부진을 순환적인 측면에서의 경기하강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본의 산업생산 부진은 조만간 회복될 것이며, 금융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기업들은 어지간한 경기위축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재무적 안정성과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 부진한 고용과 빡빡한 가계 대출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안정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가계 소비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 국면을 지나고 있는 만큼, 국내외 증시도 전반적으로 당장 탄력적인 반등보다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시의 바닥은 지난달 조정에서 확인했다고 본다. 일시적 요인에 의한 영향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보다는 다가올 하반기 장세에 대비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주력할 때이다. 그 핵심에 주도주가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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