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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반복 되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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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반복 되는 세월

입력
2011.06.0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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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이후 한나라당 일각에서 반값 등록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니, 참으로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까지 그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좌선하던 스님이 한 소식 하듯 홀연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고통을 깨달았단 말인가. 그럴 리 만무다. 재보선 결과가 참혹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반값 등록금은 나라를 망칠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고 있을 터이다.

뜬금없는 '반값 등록금'

지금도 다음 선거에서 표를 얻지 못할 것이 걱정이 될 뿐이지 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휘는 대학생들과 학부모의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 대다수는 대학 등록금 정도는 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재력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쇄신하겠다, 반값 등록금을 고민해 보겠다는 말이 듣기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별 기대도 하지 않는다.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말, 쇄신한다는 말 역시 수없이 들어본 익숙한 가락일 뿐이다. 거기서 진정성을 느낀다면 나 역시 반편이일 것이다.

한데, 요즘 반값 등록금을 두고 벌이는 논란을 보고 문득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교육인가. 대한민국 교육의 최종적 단계는 대학이다. 혹은 고등학교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직장을 갖게 된다. 직장을 얻어 일을 하고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노동자라는 것을 뜻한다. 대기업의 깔끔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은 생산 현장에서 몸을 부려 일을 하는 노동자와는 같지 않다고 말할 사람도 혹 있을 수 있겠지만, 21세기의 노동은 몸을 부려 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러니 극소수의 자본을 소유하거나 운용하는 자를 제외한 절대 다수의 대한민국 백성은 거개 노동자인 것이다.

말이 약간 길어졌지만, 이런 이유로 하여 대한민국 교육의 최종적 목표는 노동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상세히 말하자면,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의 복잡하고 다양한 교육 내용과 시험들은 예외 없이 국가와 사회에 충성하면서 기업에서 몸 바쳐 일할 노동자로서의 능력과 품성을 기르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거기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자기 부담이란다. 공교육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공교육만으로 괜찮은 직업을 얻기 위한 대학에 가기란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는 터다. 사교육의 범람은 그래서 생긴 것이다. 즉 사교육의 범람은 국가와 자본이 자신의 책무를 개인에게 떠넘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천정부지의 대학 등록금, 국립대학의 법인화 역시 노동자로서의 능력과 품성을 기르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전적으로 노동자에게 떠맡긴 것이다.

그 비싼 사교육비, 대학등록금을 지불하고 간신히 대학을 졸업했다 해서 좋은 직업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개인은 노동의 기회를 하사 받기 위해 분투에 분투를 거듭해야 하고, 그 기회를 하사 받지 못한 개인은 오직 자신의 무능과 노력 부족을 탓해야 한다. 이상한 일이지만, 국가와 자본은 잘못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허리 휘는 고통 대물림

천신만고 끝에 노동할 기회를 하사 받았다 하자. 비빌 언덕이 생겼으니 결혼을 하고 귀여운 자녀를 얻었다 하자. 이제 부모와 자신이 겪었던 일이 다시 반복된다. 노동자로서 받은 임금을 다시 자녀의 사교육비에 털어 넣는다. 살림은 쪼들린다. 이윽고 그는 자녀의 대학등록금에 허리가 휠 것이다.

이 고통은 '자식을 위해서'라는 관용적 표현으로 덮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다. 도대체 개인이 편안한 날, 행복을 누릴 날은 언제냐고? 지금 세상에서는 모를 일이다. 반값 등록금에 대해 지금 논란을 벌이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겪어야 하는,

이처럼 반복되는 고통의 세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반값 등록금을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는 분들께서는 또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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