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넘나드는 역사, 50여시간 한 학기에 다 배워
초등학교 5학년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다. 이성에 관심이 생겨 "○○는 △△를 좋아한다"는 식의 진실게임이 아이들의 주요 관심사로 등장한다. 또 공동체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불공평한 것에 대해 논리적인 비판 의식도 강해진다.
이 시기 발달 단계의 특징으로 반항심이 나타나며, 좋고 싫음의 구분도 뚜렷해진다. 먼저 책을 즐겨 읽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독서 습관에서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교과목에 대한 선호도도 뚜렷해진다. 교과서의 어려운 내용들은 많은 아이들을 교과 수업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1학기 동안 사회 교과는 선사시대부터 고조선을 거쳐 삼국시대, 고려, 조선,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 흐름을 알아가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역사에 흥미를 가진 몇 명만이 도움을 받는다. 어려운 학습용어들도 여전히 많다. '전성기, 침략, 충돌, 연합, 대첩, 점령, 멸망, 세력, 국력' 등이 그것이다. 역사를 배우기 전에 낱말 공부부터 해야 할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역사를 영토확장, ○○대첩, 종교의 전래 시기와 의미, 국가의 탄생과 소멸 등 5학년 아이들의 감수성과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의 나열이 아니라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문화, 생활사를 주제탐구 형식으로 구성하는 게 더 적절하다. 현재의 교과서 구성은 읽기에 벅차고,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내용도 아니다.
국어는 단원 간의 얼개가 없다. 4단원 읽기에는 배경으로 삼고 있는 작품이 무려 4개나 된다. 교과서를 따라가다 보면 설정돼 있는 주제 활동을 하느라 배경과 전체 문맥 살펴보기 등 글에 대한 해석은 뒷전으로 밀린다. 아이들은 내용을 소화시킬 겨를 없이 주제 활동에 쫓겨 서둘러 다음 단원으로 옮겨가야 한다. 또한 온라인 대화에서는 '인터넷언어와 바른말'을 비교하는 내용이 있는데 오히려 인터넷과 사회언어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심어 줄 수 있다. 새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과 지속적으로 관계 맺고 이어져야 할 것이 정선돼 있지 않아 국어 사용능력이 향상되도록 짜여있다고 보기 어렵다.
영어는 교과서 무게만큼 아이들을 짓누른다. 3,4학년용과 5,6학년용으로 구성돼 2년 동안 배우는 미술교과서보다 더 두껍고 무겁다. 교과서 뒤에 활동 자료로 첨가된 부록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보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느낌이다.
과학의 전기회로 단원에서는 과학과 실험관찰의 교과서가 서로 다르게 제시된 내용도 있다. 급하게 만들었는지 현장 검토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내용이 드러나기도 한다. 보고 또 보는 책은 아니더라도 배움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교과서, 성장의 도약을 꿈꾸는 시기에 비판적 글 읽는 능력을 가능하게 해 줄 교과서는 과연 요원한 일인가.
교과부는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심도 있게 연구해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정현주 공저자ㆍ 서울서초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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