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수부양'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말 국무회의에서 "내수가 확대돼야 서민들이 살기 좋아진다"며 장관들에게 직접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이어, 지난 3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내수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있고 앞으로 잘 챙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재 재정부를 중심으로 전 부처가 내수 진작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 작업에 착수한 상태이며, 이달 말 이 대통령에게 보고 예정인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 그 결과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MB정부 출범 이후 가장 최근에 나왔던 내수부양책은 글로벌 금융위기 한 복판이던 2008년 11월에 발표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진작하고 ▦규제 완화 및 세제지원 등을 통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고 ▦서비스산업 선진화 등 규제 개혁을 통한 투자 확대에 나서는 것 등이 골자였다. 금융시장 안정책을 제외하면 내수 진작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 정도의 종합적이고 전면적인 내수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팍팍해진 재정 여건 상 대규모 예산지출이 수반되거나 파격적인 조세감면을 전제로 한 부양책을 내놓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또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돌파하며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금리인하 혹은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한 내수 부양도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벌써부터 나오는 우려가 결국 이번에도 부동산 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아니냐는 것. 지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위기를 맞은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우선이란 의견들도 많지만, 큰 돈 들이지 않고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인 데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난 1일 취임식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중장기적으로 공급 위축과 주택 품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며 폐지 찬성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완화방안도 거론된다. 권 장관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를 풀어 부동산 매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동산경기부양에 대해선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많다. 한 정부관계자는 "부동산이 내수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손 쉬운 카드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 후유증은 다 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내년 선거국면에서 수많은 지역개발공약들이 쏟아질 텐데, 자칫 부동산규제완화와 맞물릴 경우 엄청난 버블의 폭발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장기적인 내수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은 되겠지만,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외국 의료기관 유치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 대책은 현 정부 초기부터 누누이 강조해 온 사안이지만 지금까지 한 걸음도 진척되지 못한 상황. 설사 이번 대책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선언적인 수준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제대로 된 내수부양책을 만들려면 지금 내수부진의 원인부터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며 고용과 물가, 두 가지를 꼽았다. 일자리부족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고물가에 따른 구매력위축이 내수부진을 초래하고 있는 만큼 향후 내수부양책도 결국 이 두 가지 애로해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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