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성 첫 지방기상청장 된 김명수씨/ "여성의 섬세함 더해 정확한 예보 전해야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성 첫 지방기상청장 된 김명수씨/ "여성의 섬세함 더해 정확한 예보 전해야죠"

입력
2011.06.06 10:30
0 0

“1988년 기상직 5급에 채용됐을 때 사상 첫 여성 예보관이라고 띄워주셨는데, 어쩌다 보니 첫 여성 지방기상청장 타이틀도 달게 됐네요.”

6일 광주지방기상청장에 승진 임명된 김명수 부산지방기상청 예보과장은 이렇게 운을 뗐다. 하지만 첫 여성 지방기상청장이 배출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기상청의 전신으로 현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인천측후소 설립 이후 무려 107년만이다. 각계 각층에서 여성들의 활약상이 이미 두드러진 시대상황을 감안하니 문뜩 한 세기나 걸린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신임 청장은 “밖에서 보면 한없이 편해 보이는 직장 같지만 속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어쩌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온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 청장은 기상청 직원을 군인, 그 중에서도 철책, 백령도와 같은 격오지에서 근무하는 직업군인에 비유했다. 그는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호기롭게 발을 들였다가도 잽싸게 발을 빼는 데가 이곳”이라고 했다. 부산, 광주, 대전, 강릉, 제주에 자리잡은 지방기상청은 물론 그 아래 수십여 곳의 기상대로 근무지가 수시로 바뀐다. ‘가족이냐 일이냐’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댁이 서울에 있는 김 청장은 “맏며느리인데도 불구하고 흔히들 겪는 명절 증후군조차 남의 얘기였다”며 “인간관계 파탄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 기상청”이라고 했다. 23년 기상청 생활 중 10년을 이산가족으로 산 그는 이번 인사에서 또다시 ‘이산가족으로 살 것’을 명령 받은 셈이다.

그가 견뎌 낸 업무강도와 스트레스도 살인적이다. 기상청의 꽃이라는 예보관 업무가 대표적인 예다. 기온은 얼마이고 비가 올지 안 올지, 온다면 얼마나 올지 등을 결정하는 업무다. 김 청장은 “야간 당직을 선다고 하면 대충 시간 때우다 퇴근하는 줄 알지만 진짜 업무는 밤에 이뤄진다”며 “예보과로 발령 나면 주변이 초상집 분위기가 될 정도”라고 했다. 새벽 5시 발표에 따라 그날 대한민국 사람들의 복장과 출근 방법이 결정되는 중대예보를 위해 근무자들은 밤새 피가 마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오전 8시 퇴근하면 쓰러져 누울 법도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는 “예보가 들어맞는 걸 확인한 뒤에야 눈을 붙이는 게 예보관”이라며 “혹시 틀리기라도 하면 잠을 못 자는 것은 물론, 식음까지 전폐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이런 악조건이다 보니 특히 여성으로 모진 마음을 먹지 않으면 견뎌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의 경우 전국 70여 예보관 중 여성이 고작 3명 밖에 되지 않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의 경우 근무환경을 여성 친화적으로 바꿔 여성들의 참여를 높여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김 청장은 “수 많은 기상관측 자료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일에 여성의 섬세함이 더해지면 보다 정확한 예보를 내릴 수 있다”며 더 많은 여성의 진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의 변화를 넌지시 촉구했다.

“의무사항도 아닌데 휴대폰 뒷자리가 0365번인 기상청 직원 비율이 3분의 1은 됩니다. 365일 쉬는 날 없이 국민들께 서비스하겠다는 뜻입니다. (예보 정확도가 더 나아질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그의 당찬 포부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 청장은 부산대와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8년 기상직 5급에 특채된 뒤 전주기상대장, 기후변화감시센터장, 창원기상대장을 거쳤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