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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비딕'서 기자로 변신한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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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비딕'서 기자로 변신한 황정민

입력
2011.06.0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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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바람난 가족’)를 연기했다가도 순박한 시골 노총각(‘너는 내 운명’)으로 천연덕스럽게 변신했다. 그리곤 소심한 보험회사 직원(‘검은 집’)과 구한말 탐정(‘그림자 살인’) 역할을 맡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맹인 칼잡이(‘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를 연기했다. 얼마 전엔 비리 형사(‘부당거래’)를 자기 몸에 받아들였다.

황정민은 어떤 직업의 어떤 캐릭터를 맡든 자연스레 자기 것으로 만드는 연기자다. 정부를 움직이는 정체불명의 조직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그린 ‘모비딕’에서도 그의 연기력은 변함없다. 부동산 개발 업자 숙소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다 일어나면서도 특종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회부 기자 이방우. 딱히 정의롭진 않지만 그렇다고 거대 권력 앞에 쉽사리 무릎 꿇지 않는 뚝심 있는 베테랑 기자, 황정민이 지난 겨울 삭풍을 견디며 치러 낸 연기 임무다.

3일 오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의 얼굴엔 여유가 흘렀다. 지난달 31일 새로운 영화 ‘댄싱퀸’ 촬영에 들어갔지만 피로감은 배어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너무 신나게 읽었다”는 ‘모비딕’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까.

‘모비딕’은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음모론을 제기한다. 서울 교외의 한 다리가 폭발한 뒤 급히 취재에 나선 이방우에게 고향 후배 윤혁(진구)이 접근한다. 윤혁은 의문의 방대한 자료들을 이방우에게 넘기며 다리 폭발이 조작된 것이라고 귀띔한다. 이방우는 후배 기자 성효관(김민희), 막 입사한 경력기자 손진기(김상호)와 함께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음모의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이방우 일행을 향한 위협의 강도는 커져만 간다. 급기야 동료를 잃는 상황이 닥치자 이방우는 비밀 조직과의 일전불사를 각오한다.

황정민은 기자 역할을 위해 “한 달 정도 한 일간지 기자들과 어울렸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일 주일 정도 오가며 “취재하는 방식과 기사 작성하는 방법을 익혔다”고 밝혔다. “90년대 평기자로 활동했던 간부급 언론인을 만나 여러 가지를 묻는데 가장 중점을 두었다”고도 덧붙였다. “일 주일 내내 폭탄주를 함께 하며 과대 포장된 무용담도 많이 들었지만 자책하고 갈등하고 늘 고민하는 기자라는 직업의 면면을 파악한” 시기였다. 그는 “독한 직업인 기자의 느낌을 알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 나보고 해 보라면 못할 직업이더라”며 손사래를 쳤다.

영화는 꼼꼼한 고증으로 90년대 풍경을 복원하고, 제법 찰진 인과관계로 흥미를 불러낸다. 지폐 일련번호를 이용한 고급 정보원과의 접선, 맥주집 뒤 비밀 공간에서 암약하는 정보요원의 모습 등을 통해 첩보영화나 추리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시나리오가 워낙 잘 짜여 있었다”는 황정민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황정민은 “박인제 감독과의 첫 만남에서 ‘더 이상 고민하지 말자. 시나리오만큼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고도 말했다. 영화엔 민간인 사찰과 북풍 조작 등 민감한 소재들도 등장해 호기심을 돋운다. 하지만 황정민은 “‘모비딕’은 팝콘영화다. 어둡고 심각한 영화라는 생각을 해 본 적 없다”고 말했다.

“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나 김진명 작가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추리소설을 참 좋아한다. 나 같은 70년대생 남자들은 어렸을 적 셜록 홈즈 전집 끼고 살았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영화라 생각했다. 난 관객들이 영화 본 뒤 말하는 ‘돈 아깝다’ ‘안 아깝다’를 하나의 진리로 생각한다. ‘모비딕’도 그런 기준에서 선택했다.”

황정민의 차기작 ‘댄싱퀸’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한 변호사와 젊은 시절 가무로 이름을 떨쳤던 늦깎이 가수 준비생 부인의 사연을 웃음으로 풀어낸다. “밝은 영화를 하고 싶었던” 그였기에 “감사합니다”하며 주저 없이 선택한 작품. 황정민의 영화 속 이름은 황정민, 상대역 엄정화도 자신의 이름 그대로 등장한다. 그는 “고민도 되고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늘 내가 아닌, 내가 하는 역할을 보러 오는데 이번엔 다르다”는 것. “나를 보여 주는 게 맞는지, 새로 인물을 만들어야 하는지 나 스스로도 궁금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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