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로 웃긴 코미디! (방송사에서) 아직도 절찬리 방송 중이던데! 이 정도면 범죄라고 생각함” “방송에서 온갖 오버를 하며 음식을 먹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니 기가 막히는군요. 방송이 장난입니까” “마이클 무어 감독도 울고 갈 다큐멘터리”….
TV 맛집 정보 프로그램의 실체를 폭로한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가 2일 개봉하면서 인터넷에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달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되면서 충격을 불렀던 이 영화는 서울 3개 극장에서 교차상영되는 등 전국 11개관만을 확보해 아직 관객 수는 적지만 트위터 등을 타고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맛집 프로그램을 둘러싼 방송사 외주제작사 브로커 식당 간의 유착을 몰래카메라로 찍어 고발한 이 영화는 조작과 뒷돈 거래 등 추악한 이면을 담고 있다.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VJ 특공대’, SBS ‘생방송 투데이’를 비롯해 지난 몇 년 간 방송됐던 지상파 3사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들이 거의 다 거론됐다. 영화를 본 시민들은 조작 방송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을 찍은 외주사에 모든 탓을 돌리며 선 긋기에만 급급하다. 문제가 된 몇몇 외주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사태를 봉합하고 모르쇠 대응으로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속셈이다.
SBS는 “영화 내용을 인지한 즉시 회의를 소집해 문제가 된 외주사와 계약을 끊고, ‘생방송 투데이’의 맛집 소개 코너를 폐지했다”고 했다. 하지만 “외주사를 전부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주사가 알아서 양심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었다.
개봉 전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잰걸음을 보인 MBC는 “영화에 찍힌 식당을 전부 돌면서 조사를 벌인 결과, 금전 거래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영화 내용과 관련 외주사가 ‘트루맛쇼’의 김재환 감독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스타의 단골집 등 거짓으로 방송을 한 부분에 대해서도 “아직 조사 중”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꺼렸다.
KBS는 “조사 결과 문제없음으로 결론 났다”며 “현재 따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고만 언급했다. 한 KBS PD는 “그동안 맛집 코너 제작에서 관행처럼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었다. 터질 게 터진 것이지만 내부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방송사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시청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지상파3사는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자체조사 결과도 발표하지 않은 채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제대로 진상조사나 벌이겠느냐는 자조가 나온다. 한편 김재환 감독은 자신의 블로그에 방송사뿐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방송사 노조들을 겨냥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악의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아무런 저작권도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외주사)을 방치(본보 5월 17일자 30면)”한 채 철밥 그릇만 지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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