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블라이
몇 주 동안이나 책상에만 매달려 있다 마침내 밖으로 걸어 나간다.
달은 지고, 터덜대는 발걸음에, 별 하나 없다. 빛이라곤 흔적조차 없다!
만일 이 허허 벌판에 말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면?
고독 속에서 보내지 않은 모든 날들은 낭비였다.
● 벌써 6월이에요. 시인은 여름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도 모르게 바빴어요. 숨 가쁘게 처리해야 할 업무들로 밤을 새고 봄날 내내 셔츠 깃 안으로 흘러드는 식은땀을 손바닥으로 훔쳤어요. 그녀에게 줄 꽃 한 송이 못 샀어요. 밤새 사무실에 불을 밝히다 마지막으로 문을 잠그고 나옵니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거리. 그 어둠 속에서 검은 말 한 마리 달려와 이 지친 몸을 덮친다면? 어제 아침 네게 무심코 건넨 눈빛, 오후에 보낸 간단한 문자가 내 마지막 인사라면?
에서 하이데거는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아직 오지 않은 자신의 죽음으로 미리 달려가 그 앞에 서 보라고 합니다. 자기에게 진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말이에요. 시인은 철학자의 말을 결행에 옮기려는 거군요. 오늘은 오직 고독 속에서만 지내 볼까요? 남몰래 열망했던 것들, 사랑했던 것들을 과일 속의 씨앗처럼 숨기고 있는 내 영혼과 대화하면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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