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연과 강관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A철강업체의 협력사 B대표는 요즘 회사 운영이 한결 수월해졌다. 원청 업체에서 주문한 물량이나 제품 재고를 사무실 모니터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예전처럼 일일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이다. 원청 업체와 연결된 실시간 제품관리 시스템 덕분이다. B대표는 "재고 물량 파악이 쉬워지면서 자금 운영에 탄력이 붙었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굴뚝 산업인 철강업계에도 '스마트 스틸' 시대가 열리고 있다. 생산 및 유통, 판매는 물론 보관, 물류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정보기술(IT)이 광범위하게 접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 업체들은 IT와 결합된 스마트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면서 생산성 및 물류 운송의 효율성 등을 제고시키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포스코는 전자태그(RFIDㆍ무선주파수식별시스템)를 이용한 제품검수시스템을 개발, 지난 달부터 광양제철소에 도입했다. RFID는 소형 반도체 칩(태그)을 활용해 먼 거리에서도 다수 제품의 정보 인식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지정된 장소에 설치된 RFID 리더기로 제품의 상세 정보와 위치, 보관, 출고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는 이 시스템을 이달 안에 포항제철소에도 적용시킬 예정이다.
포스코는 또 모바일 오피스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8월부터 운송과 정비부서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용으로 자체 개발, 광양과 포항 제철소 현장에서 이용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이하 하이스코)는 2009년9월부터 임원 및 팀장, 영업직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하면서 철강업계 최초로 모바일 오피스 바람을 일으켰다. 하이스코는 캐나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림의 블랙베리에 메일 송수신 및 결재 처리, 재고 조회 등을 포함해 광범위한 인트라넷 관리 기능까지 연동시켜 이동 중에도 사내 업무 처리를 가능하게 했다.
하이스코는 연말까지 자재 운영 등을 비롯해 한층 더 보완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모바일 오피스 프로그램에 추가할 계획이다.
동국제강도 지난해 5월부터 당진공장에 최첨단 IT 물류 시스템(RTLS)를 적용,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공장 전체에 좌표를 설정, 모든 원자재와 제품 흐름의 실시간 파악이 가능한 RTLS 덕분에 납기일을 절반 이상 단축시키고 있다. 동국제강은 이 프로그램을 조만간 후판 생산라인이 있는 포항 공장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제철 역시, 기존 시스템에 다양한 전산 관리 시스템을 추가 구축해 업무의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전기로 주 원료인 철스크랩(고철) 검수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영상검수시스템을 현장에 구축했다. 인천과 포항 공장에 카메라(64대)를 지원하고 검수용 모니터(45대)를 들여 놓은 것. 현대제철은 이 장비를 통해 검수 시, 발생된 모든 영상 정보는 전산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다.
철강 업체 관계자는 "철강의 각 생산 공정에 IT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업무 프로세스도 효과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여러 가지 물류 비용도 절약하면서 원가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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