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차기 주한 미국 대사에 성 김(51) 6자회담 특사를 내정해 한국 정부에 아그레망(주재국 임명동의)을 요청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성 김 내정자는 중학생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간 재미동포 1.5세대다.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 탄생은 1882년 한미 수교 이후 129년 만에 처음이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아그레망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특사를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는 사실을 공표할 계획이다. 김 내정자는 이어 상원 청문회를 거쳐 인준을 마치면 정식 임명된다. 청문회 일정에 차질이 없으면 8월께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 후임으로 부임하게 된다.
한국 이름이 '김성용'인 김 내정자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서울에서 살다가 1970년대 중반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다 공직에서 물러난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펜실베이니아대 졸업 후 로스쿨을 거쳐 검사 생활을 한 뒤 직업 외교관으로 변신했다.
그는 2006년 한국계로는 처음 미 국무부 한국과장에 발탁되면서 국내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대표단에 빠짐 없이 참가했고,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때는 미국 대표로 현장을 지켜보는 등 10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했다. 2008년부터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특사를 맡았다. 김 내정자는 대북특사 상원 청문회 때 한국계로는 처음 '대사' 직급에 올랐다.
외교 소식통은 "미 국무부 안에서 그만큼 북한 문제를 많이 다뤄온 사람도 드물다"며 "한국계의 주한 대사 내정은 한미 관계가 공고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새 6자회담 특사에는 중국 전문가인 클리퍼드 하트 해군참모총장 외교정책 자문역이 지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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