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출혈성 대장균(EHEC)의 변종, 일명 '슈퍼 박테리아'의 공포가 유럽을 넘어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신종이 항생제 내성이 강해 사상 최악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 보건당국은 3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집계된 공식 감염자수는 1,733명이고 사망자는 17명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 1명은 스웨덴, 나머지는 모두 독일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독일 외에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등 12개국에서 2,000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2일에는 독일 여행을 한 미국인 3명의 감염이 확인돼 처음으로 대서양을 건너 퍼졌다.
독일에서 EHEC에 대한 우려는 공포에 가까운 분위기다. 독일에서는 1일 12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 종교행사 식사에 야채가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누군가'식탁 위에 상추가 있다!'고 소리쳤다"는 참석자의 발언을 통해 독일에 만연한 공포감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항생제로 치료하려는 시도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 선전의 베이징게놈연구소는 "이 변종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강력한 내성을 지니고 있다"고 2일 발표했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 로버트 톡스 박사는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강한 내성을 갖게 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항생제가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톡스는 "이 변종 박테리아가 사상 최대의 사상자수를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변종 박테리아가 1990년대 한국에서 유행한 것과 흡사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워싱턴대 소아과 교수 필립 타르 박사의 견해를 인용해 "만약 항생제를 먹었는데 박테리아가 내성을 보인다면 이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약한 다른 박테리아보다 우위를 점하게 돼 장내 환경은 감염에 훨씬 더 취약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럽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항생제를 통한 해결법을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EHEC 감염환자가 치료받고 있는 독일 함부르크 에펜도르프대 메디컬센터는 지난달 31일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치료에 효과적인 항생제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EHEC 오염원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유럽의 과학자들은 EHEC가 장 속에서 특수한 접착물질과 결합, 치명적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냈다. 톡스는 "이 접착물질은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서만 발견되는 아주 드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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