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위기에 몰렸던 지난해 감사원을 향해서도 로비를 벌인 흔적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을 넘어 감사원을 로비의 핵심 표적으로 삼았던 게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대외 로비 창구였던 브로커 윤여성(56ㆍ구속)씨는 지난해 2~10월 수 차례에 걸쳐 은진수(50ㆍ구속) 전 감사원 감사위원에게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 수준을 완화해 달라"고 부탁하고 대가로 1억7,000만원을 건넸다. 지난해 9월에는 하복동(55) 감사위원을 만나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 2003년부터 알고 지냈던 은씨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자연스럽다 해도, 윤씨가 생면부지의 하 위원까지 접촉한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우선 당시 감사원과 금감원, 부산저축은행그룹을 둘러싼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2월 금감원에 "부산저축은행그룹 등 5개 저축은행에 대해 예금보험공사와 공동검사를 하라"고 요청했다. 민간 은행에 대한 직접 감사 권한이 없는 감사원이 저축은행 검사를 우회적으로 지시한 셈이다.
금감원과 예보는 지난해 3~6월, 7월, 12월에 총 138일 간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분식회계 등은 일부나마 적발될 수 있었고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감사원에 보고했다. 부산저축은행 검사의 실질적인 주체가 금감원이나 예보가 아니라 사실상 감사원이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금감원으로서는 매우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는 한 감사원 관계자의 언급은 이를 뒷받침한다.
윤씨의 감사원 로비가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저축은행 감사의 주심을 맡았던 하 위원은 "윤씨한테서 '부산저축은행을 잘 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 순간, 깜짝 놀라 '아직 감사결과가 접수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만 말했고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강조하고 있다. 감사원은 또 지난해 8월 금감원을 통해 부산저축은행의 영각사 납골당 분양사업과 관련한 1,198억원 불법대출 건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지난 3월 대검 중수부가 수사에 착수하기 이전에 감사원이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 검찰에 넘긴 자료는 감사결과 보고서와 영각사 납골당 관련 고발이 전부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드러난 부산저축은행의 금융비리 규모는 무려 7조원대에 달했다. 감사원에 포착된 부산저축은행의 비리는 새발의 피에 불과한 셈이다. 부산저축은행이 감사원을 상대로 벌인 로비를 '실패한 로비'로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뜻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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