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통령은 누구일까. 이 답을 안다면, 광화문 네거리에 거적을 깔고 앉아도 그 앞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신통력 있는 예언자가 아니라면 우선 대선후보 지지도나 적합도 여론조사를 볼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르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단연 선두다. 다소 편차가 있지만 박 전 대표의 지지도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10~15%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한참 앞서 있다. 야권 후보들의 지지도 전체를 합쳐도 박 전 대표 지지도에 못 미칠 정도다.
그렇다면 답은 뻔한 것인가. 그런데 의외로 "그렇다"는 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 한국 정치사에서 이른바 대세론이 뒤집히는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이인제 대세론도 그랬고 이회창 대세론도 그랬다. 십 수년 전 한때 40% 이상의 지지도를 구가했던 박찬종 전 의원도 소리 없이 사라졌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는 다르다. 30~40% 지지도를 2년 이상 유지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내공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과거 대세론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의 논리와 한계
그럼에도 박근혜 대세론에 끊임없이 이론(異論)이 제기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4ㆍ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기 때문일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이 한나라당의 재집권론을 압도했기 때문일까. 둘 다 의미심장한 판단 준거다. '인물은 박근혜인데, 세력은 한나라당이 아니다'는 얘기이고, 국민들이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인물의 교체냐 세력의 교체냐'는 내년 대선의 결과를 가를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 동안의 대선은 인물의 대결이었다. 민주화 운동의 거두였던 김대중과 김영삼, 험하지만 곧은 길을 택한 노무현, 샐러리맨 신화의 이명박 등 모두가 인물에서는 탁월했다. 그 끝자락에 박근혜 전 대표가 서 있다. 근대화를 이룬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국모로 추앙 받던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빼닮은 이미지, 육 여사 서거 이후 5년 동안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경험, 한나라당 대표로 모든 선거를 승리했던 정치력 등은 박 전 대표를 압도적으로 보이게 한다.
만약 내년 대선에서 현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이 다른 인물을 찾는다면, 결과는 박 전 대표 쪽으로 기울 것이다. 그러나 흐름이 꼭 그런 방향으로만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인물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정치세력의 교체를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전조(前兆)가 지난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무상급식 논쟁이다. 정치권이 정책을 놓고 그렇게 진지하게 격돌한 적이 없고, 국민들이 그토록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다. 그만큼 국민들의 정치적 사고가 변했다는 의미다.
'민생' 의미가 큰 내년 총선결과
그런 점에서 내년 총선은 대단히 중요하다. 만약 야권이 승리한다면, 야권은 정치세력의 교체가 나라와 국민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정책으로 실증하려 할 것이다. 야권의 핵심인사들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 서민과 중산층에 도움이 되고 재정이 뒷받침되는 구체적 복지정책들을 내놓을 것이다. 국민들은 누가 자신들의 편인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있는 자들을 위한 수구세력일 뿐이며 박 전 대표도 그 세력의 일원이기 때문에 진짜 국민을 위한 중도진보세력이 정권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박 전 대표도 이런 흐름을 잘 아는 듯하다. 그가 3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민생'을 그토록 강조한 것이 세력교체론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국정 중심을 민생과 서민에 두겠다"고 답한 것도 세력교체론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될 듯싶다. 과연 국민은 어느 쪽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까, 추이가 궁금하다.
이영성 편집국 부국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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