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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한강 없는 '한강 펜디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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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한강 없는 '한강 펜디 쇼'

입력
2011.06.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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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새빛둥둥섬에서 열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강 펜디 쇼(FENDI on Han River)'에 다녀왔다. 미디어아트 갤러리가 있고, 미디어아트가 어떻게 패션 쇼에 활용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떠 있는 섬으로 갔다. 쇼는 화려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빛과 영상을 운용하는 미디어아트 전문가의 관점에서 볼 때는 실망스러웠다. 아마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새로운 패션 쇼들과 2007년 중국 '만리장성 펜디 쇼'의 환영(幻影)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 문화 아이콘은 없어

최근 엑스포, 스포츠 개폐회식, 축제 등에서 다양한 문화이벤트로서의 전시, 공연, 쇼가 미디어아트 기반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이벤트는 공적인 장소성을 기반으로 진행되기에 늘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서울시는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있는 모피를 빼고 패션쇼를 열어 달라"고 펜디 측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펜디 측은 계약을 한 곳이 서울시가 아니라 섬 운영회사 플로섬이고, 금전적 손실을 서울시가 보상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했다. 모피 의류가 포함된 패션쇼를 놓고 논란이 뜨거웠으나 결국 예정대로 열릴 수밖에 없었다. 명품 모피는 아주 제한된 부자들의 전유물이어서 서울시가 새로 조성한 새빛둥둥섬의 장소성을 부각시키는데 부적절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었다.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쇼는 만리장성 펜디 쇼와 늘 비교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이벤트의 성공여부는 아이디어와 예산을 주어진 물리적 환경에 어떻게 최적화시켜 최대한 성과를 얻는가에 달려있다. 크고 작은 문화이벤트들은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문화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이벤트의 형식과 내용을 통해 문화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문화적 자존감을 성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것은 경제수익으로 이어질 문화수익 기반을 쌓는 일이기도 하다.

2007년 펜디 쇼가 열린 만리장성은 중국 문화의 상징적 장소이며 세계적인 관광지이고 아이콘이다. 반면 한강의 새빛둥둥섬은 새로운 명분을 확보해야 할 장소다. 만리장성 쇼는 펜디 만의 쇼가 아니라 중국의 쇼로 기억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개방성을 전달하는 이벤트였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관람했고, 쇼에 투입된 모델88명도 다양한 나라 출신이었다. 그들은 경사진 만리장성 길을 걸으며 새로운 런 웨이(Run Way)를 보여줬다.

반면 한강 쇼는 펜디를 위한 쇼라는 인상을 받았다. 쇼에 투입된 모델들은 한국과 일본의 모델들이었고, 새빛둥둥섬의 장소성을 부각시키기엔 미흡한 런 웨이 무대는 패션 쇼만을 영상 콘텐츠로 활용하는데 최적화된 무대로만 보였다. 360도 원형무대는 톱 뷰(Top View)는 물론 거의 모든 방향에서 촬영이 가능했기에 한강과 새빛둥둥섬은 사라지고 패션쇼 영상콘텐츠만 화려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열릴 문화이벤트였다면 세계적 브랜드를 문화 세일즈의 도구로 활용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펜디는 있었으나 한강은 없었다. 장쯔이는 펜디를 즐겼으나 우리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은 없었다.

문화 세일즈 기회 놓쳐

정부기관 지자체 대학 기업들이 문화예술 분야의 국제 교류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있지만, 문화예술 감각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부족하고 창의적 행정과 조직도 불충분한 것 같다. 전문적인 경험에서 창출되는 직관이 필요하다. 그것은 결국 문화적 산물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패션산업 속에서 성장한 펜디의 수석 디자이너 실비아 벤츄리니 펜디는 만리장성 쇼가 끝나 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음에는 어디서 패션쇼를 할까요? 달에서? 불가능한 것도 아니죠"라고 말했다. 한강 새빛둥둥섬의 펜디 쇼가 끝난 후, 그녀는 어떤 말을 했을까.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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