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월드 인사이드/ 中 소수민족 갈등 확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월드 인사이드/ 中 소수민족 갈등 확산

입력
2011.06.03 11:59
0 0

■ 인구 8% 영토 中 소수민족 갈등 확산 64%…대국굴기 꿈꾸는 중국 발목 잡나

중국의 북쪽 변방이 들끓고 있다. 지난달 10일 무분별한 석탄 채굴에 항의하던 몽골족 유목민이 한족의 차에 치여 숨진 것을 계기로 그 동안 축적됐던 주민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다. 분리 독립 요구까지 나올 조짐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주도인 후허하오터(呼和浩特)의 주요 대학을 봉쇄하고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차단하는 등 계엄령을 내렸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직접 나서 중앙정치국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해결책 마련을 지시하는 등 중국 중앙 정부도 사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소수민족 문제는 중국의 오랜 골칫거리다. 중국 통계국이 4월 발표한 제6차 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중국 인구는 13억3,972만여명이며, 이 가운데 한족(漢族)이 91.52%를 차지한다. 55개 소수민족의 비중은 8%가 조금 넘는데 20%에 육박하는 미국이나 러시아, 13% 수준인 베트남에 비하면 크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도 상에서 소수민족의 거주 분포를 보면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과의 갈등에 왜 이렇게 긴장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중국은 남한 면적의 약 100배인 959만6,960㎢의 영토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무려 63.7%인 611만7,300㎢가 소수민족 거주 지역이다. 이 광대한 지역은 5개 자치구, 30개 자치주, 120개 자치현, 1,256개의 민족자치향 등으로 구분된다. 중국은 오랫동안 한족 이주 정책을 통해 이들 지역의 중국화를 추진해 왔지만 티베트, 위구르 등은 아직 비(非)한족이 주민의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 지역이 분리ㆍ독립한다면 대국으로서 중국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단순히 넓이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소수민족이 집중 거주하는 지역은 대부분 국경 지역으로 중앙아시아, 인도, 러시아, 북한 등 중국이 전략적으로 협력 또는 대립하는 국가들과 접하고 있다. 특히 서쪽 변경이 독립해 다른 나라의 편으로 돌아설 경우 중국이 입게 될 피해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중국 정부가 이들 지역에서 무력 진압을 서슴지 않는 이유다. 경제적으로도 소수민족 거주지가 갖는 가치는 절대적이다. 가스와 석탄 등 지하자원뿐 아니라 삼림, 수력 자원 등도 이들 지역에 전체의 절반 이상이 집중돼 있다.

‘변경이 독립하면 중국 전체가 무너진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1950년 티베트를 병탄하고 시짱(西藏) 자치구를 설치한 이후 반세기 넘게 계속되고 있는 독립 요구를 무자비하게 탄압한 것이 대표적 예다. 1959년 3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이어진 대규모 봉기에서 희생된 티베트인은 8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대규모 시위는 2008년 승려들이 주축이 돼 발생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인민 전쟁’을 선포하고 유혈진압에 나서, 서방 국가들 사이엔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을 힘으로 누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선포 이후 소수민족에 폭넓은 자치권을 부여해 이들을 포용했다. 한족과 달리 두 자녀 출산도 허용, 소수민족의 정체성 보존에 우호적인 듯한 자세도 취했다. 대학에 입학할 때 우대점수를 주기도 하고, 범죄를 저질러도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처벌한다. 이번에 몽골족의 불만이 고조되자 1일 바터얼 네이멍구 자치구 주석이 “예산의 50% 이상을 주민 생활 개선에 쓰겠다”고 밝힌 것처럼 그때그때 당근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시간이 갈수록 중앙집권적 경향을 노골화하고 있다. 동북공정, 서남공정, 서북공정 등을 통해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마저 한족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주해 온 한족에 밀려 경제적 차별을 받으면서 2등 시민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은 소수민족을 행동에 나서게 만드는 직접적 원인이다. 2009년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위구르족의 봉기도 2000년 이후 서부 대개발 붐을 타고 들어온 한족이 상권과 취업 기회를 독차지한 데서 촉발됐다. 이번 네이멍구 봉기도 광산 개발권을 쥔 한족과 유목으로 생계를 꾸리는 몽골족의 갈등이 기폭제가 됐다.

소수민족 문제로 인해 중국이 구 소련처럼 해체의 길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자치 지역에서 한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1억명 가까운 당원을 가진 중국 공산당의 통제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슬람세계의 변화에서 보듯 인권 탄압과 정보 통제를 통해 권위적 체제를 유지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소수민족은 대국굴기(大國屈起)를 꿈꾸는 중국이 발 딛고 있는 어쩌면 가장 위태로운 현실이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 中의 새 화약고, 네이멍구

티베트족이나 위구르족 등에 비해 몽골족이 한족과 겪는 갈등은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몽골족이 거주하는 네이멍구 자치구는 베이징에 가까워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고, 경제적 여건도 다른 소수민족 거주지보다는 나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몽골족 또한 소수민족이 받는 소외감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줬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10일 네이멍구 동북쪽 초원지대 시우치(西烏旗)에서 일어난 차량 사고다. 유목지인 초원 위로 석탄을 운송하는 차량들이 지나다니면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차를 막아 섰는데 메르겐(34)이라는 남자가 차에 치여 현장에서 즉사했다. 닷새 뒤에는 이 사고에 항의하던 주민들이 집단 구타당해 한 명이 추가로 숨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수천명의 주민들이 시청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격앙된 주민들은 피해 배상을 넘어 '몽골 해방'을 외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사망자에 대한 배상과 운전자 엄벌은 약속하면서도 분리 독립 요구로 비칠 수 있는 목소리엔 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선제적인 강경 대응으로 지난달 28일 이후 시위는 소강 사태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멍구는 좡족, 티베트, 신장위구르, 닝샤후이와 더불어 5대 자치구 가운데 하나다. 2,400여만명의 주민 중 몽골족의 비중이 20% 정도에 불과해 그 동안 독립 움직임이 가시화한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몽골족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몽골공화국, 러시아의 부리야트 공화국을 합쳐 몽골족의 통일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민족주의적 욕구가 분출돼 왔다.

네이멍구는 1950년대 이후 반세기 넘게 베이징을 위한 에너지 공급기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로 인한 혜택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환경오염은 심해지고, 박탈감은 더 커지기만 했다. 언제든 이러한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톈안먼사태 22주년(4일)을 맞아 이러한 분노가 민주화 요구와 결합될 경우, 중국은 걷잡을 수 없는 갈등과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