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달리기로 치면 잉곳ㆍ웨이퍼는 태양광 일관 생산 체계의 2번 주자입니다. 1번 주자(폴리실리콘)나 4번 주자(모듈)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죠." 지난달 31일 태양광 잉곳ㆍ웨이퍼를 만드는 넥솔론 익산 공장. 이종경 생산기술실장은 잉곳ㆍ웨이퍼의 존재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표적인 그린에너지로 꼽히는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잉곳ㆍ웨이퍼-태양전지-모듈'로 이어진다. 최근 수 많은 기업이 태양광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데, 주로 폴리실리콘(OCI, KCC, 웅진그룹, 에쓰오일, LG화학, 한화케미칼, 삼성정밀화학 등)이나 태양전지와 모듈(현대중공업, LG전자, 삼성SDI, 한화케미칼)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반면 잉곳ㆍ웨이퍼를 만드는 회사는 넥솔론과 웅진에너지 단 2곳뿐이다. 그 중 넥솔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고 단결정(모노)과 다결정(폴리)의 잉곳 웨이퍼를 만드는 기술을 지닌 회사이다. 1초당 9장 이상, 하루 80만장의 생산 규모도 국내 1위(세계 10위권)이다. 넥솔론이 잉곳ㆍ웨이퍼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8년 9월. "폴리실리콘이나 태양전지 대신 국내에서 아무도 만들지 않은 잉곳ㆍ웨이퍼를 만든다고 할 때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이우정 대표는 "기술팀 수 십 명이 모여 실패를 밥 먹듯 했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는 스위스의 사립 경영대학원인 국제경영개발원(IMD)을 나와 독일, 영국 회사에서 일한 뒤 한국에서 엔진내부세척제인 '불스원샷'으로 유명한 불스원 대표를 지냈다. 그는 "소비재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B2B(기업간 거래) 회사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유럽의 경험에서 태양광 산업, 그 중에서도 잉곳ㆍ웨이퍼로 승부를 걸자고 맘 먹었다"고 말했다.
단결정 잉곳 제작 현장은 폴리실리콘 덩어리들은 둥근 석영 도가니에 빼곡히 쌓여 잉곳 '성장로'로 옮겨진다. 작은 용광로 같은 이 곳에서 폴리실리콘은 1,420도의 고온에서 노란 빛깔의 액체로 변한다. 이 액체는 원을 그리며 돌더니 '시드'라 불리는 막대를 따라 서서히 올라오는데, 마치 꿀 타래가 만들어지는 모양새 같다. 액체는 50시간 동안 이 과정을 거치면 원기둥 모양의 단결정 잉곳이 탄생한다. 이 잉곳을 0.2mm 두께로 얇게 채 썰 듯 자른 후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세척 등 화학 처리를 하면 웨이퍼가 완성된다. 이 웨이퍼는 태양전지 회사로 나간다.
지난 2년 동안 넥솔론의 '빈틈 공략'은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웨이퍼를 1억장 생산했다. 매출액은 6배(785억원→4,513억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조원 돌파. 이를 위해 국내는 물론, 유럽, 중국, 인도, 대만, 미국까지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특히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15.6cm 급 단결정 웨이퍼 생산은 세계 1위이다.
이 실장은 "단결정 잉곳ㆍ웨이퍼는 높은 순도를 지니기 때문에 다결정 잉곳보다 만들기가 훨씬 까다롭고 세계적으로도 2,3곳 회사만 생산이 가능하다"며 "중국 잉곳 회사들이 다결정 잉곳의 생산량을 엄청나게 늘리며 물량 공세를 펼치지만 이 기술력만큼은 쉽게 따라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유지하는 한국의 기술력이 잉곳 제작에도 상당 부분 적용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다결정을 소홀히 할 수 만은 없다는 게 이우정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대다수 태양전지 회사들은 다결정 잉곳을 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2~3년은 다결정 잉곳이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며 "다결정 잉곳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 증설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말 3공장이 완성되면 생산량을 1.8GW까지 끌어올려 생산량 세계 5위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대표는 4,5공장 증설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린 에너지 분야에서 또 다른 빈틈을 찾고 있다"며 웃었다.
익산=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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