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는 성급한 예상이지만, 중국에선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성장둔화 속 물가상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행진을 이어왔지만, 정작 물가는 꺾일 생각을 않고 되레 성장세만 둔화하고 있는 탓이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3월 5.4%로 3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 한데 이어 4월(5.3%)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아직 확정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5월 역시 고물가는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가장 큰 위협은 중국 개인소비에서 30%를 차지하는 식품가격의 인상. 현재 중국은 중부지역에 닥친 50년만의 최악 가뭄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특히 후베이 (湖北)성 우한(武漢)지역에선 지난달 23일부터 닷새동안 채소 가격이 19%나 급등하기도 했다. 중국 농림부는 최근 "가뭄으로 쌀과 채소 생산량이 줄어들어 당분간 식품 가격 상승세가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저성장 징후는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는 상황. 지난달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4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13.4% 증가에 그쳐 3월 증가율(14.8%)보다 둔화했다. 중국의 5월 HSBC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51.1을 기록해 전월보다 0.7포인트 낮아졌는데 이는 최근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아울러 중국인들의 소비 실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자동차 판매도 4월 전년 동기 대비 0.25% 감소하며 2년여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지속적 물가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떨어져 소비와 성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스태그플레이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는 당장 올 2분기 성장률이 작년(10.3%)보다 낮은 9.6%로 떨어지는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9.4%로 하향 조정하면서,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3%에서 4.7%로 높였다. 골드만삭스는 "예상보다 경기 둔화 폭이 더 급격하고 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성장세를 억제해 과열을 막는다는 전통적인 경제 상식이 완전히 뒤집히는 상황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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