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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 신임 대법관 취임식/ "사회적 약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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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 신임 대법관 취임식/ "사회적 약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입력
2011.06.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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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53) 신임 대법관이 2일 취임식을 갖고 재판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야간고등학교 출신으로는 최초로 대법관 자리에 오른 인물로도 화제다. 박 대법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새로운 법리가 미칠 파장을 예민하게 살피고, 주관적 소신이 아닌 객관적 양심의 맥을 짚겠다”며 “사법부의 목소리가 필요할 때는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법관은 이어 “사법이 국민들의 마음 속에 정말 믿음이 가는 존재가 되도록 하기 위해 더 고민하겠다”며 “사건 이면에 스며 있는 당사자의 애환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의 포부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가난한 농가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후원자의 도움으로 서울로 유학, 야간고를 다닌 끝에 서울대 법대에 들어간 그의 이력 때문이다.

1957년 경북 영주에서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박 대법관은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을 사실상 포기했다. 제자 박병대의 재능을 아까워한 그의 중학교 담임선생님은 후원자를 수소문했다. 마침 자녀가 없던 한 친구 부부가 나섰다. 이후 서울로 올라온 박 대법관은 1972년 당시 야간고였던 균명고(현 환일고)로 진학했다. 낮에는 방송사 사환 일을 하면서 학비를 벌고 밤에는 눈을 비비며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생활이었다. 그는 환일고 출신 중 처음으로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는 기록을 남겼다.

박 대법관은 판사가 된 후에 후원자들을 양부모로 극진히 모셨다. 결혼식장에도 후원자 부부를 부모님과 나란히 모셨다고 한다. 몇년 전 양부가 사망했을 때는 상주로 장례를 치렀다. 박 대법관의 지인인 고위 법관 A씨는 “자신이 양자임을 밝히지 않았다면 당연히 친부의 장례식인 줄 알 정도였다”고 전했다. 박 대법관은 현재 지병을 앓는 친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다.

서울대 4학년이던 1979년 사법시험 21회에 합격한 박 대법관은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조계에 입문한 뒤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으로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사법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사법행정의 요직도 두루 거쳤다. 대법원 관계자는 “박 대법관이 직접 작성한 취임사의 문구 ‘약자에 대한 배려’는 그의 이력과 효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사회 약자의 마음을 살피는 판결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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