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일 이례적으로 남북간 비밀접촉 사실까지 공개한 배경에는 우리 정부를 벼랑 끝 상황까지 몰아 대북정책의 변화를 강하게 압박해 보겠다는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토대로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도 함께 실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명박 정부와는 계속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비밀접촉 과정에서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남측의 태도를 보면서 현상황에서는 남북관계 전환이 어렵다고 보고 강수를 뒀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압박용 카드를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30일 국방위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남한 정부와 상종하지 않을 것이며 동해 군(軍)통신선을 차단하고 금강산 지구 통신연락소도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국방위 대변인 대답을 "남측의 동족대결정권을 향한 최후통첩"이라며 "남조선의 현정권은 동반자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최근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얻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체제보장에 대한 확약을 받은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의 중대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비밀 접촉 내용을 공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6ㆍ15 공동선언 11주년을 앞둔 시점에 남남(南南)갈등의 수위를 끌어올려 대북정책의 궤도 수정까지 이끌어 내겠다는 속셈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이 "(남측이)돈봉투까지 거리낌 없이 내놓았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당분간 남한과 냉각기를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대화를 모색하는'통미봉남(通美封南)'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의 방북,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씨 석방 등 대미 유화 제스처가 이어지는 가운데 남북정상회담 거부의사를 밝힌 것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북한의 이 같은 태도가 현정부와의 관계 단절 의지를 담았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성명과 같은 공식 입장이 아닌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공개했다는 것은 아직 우리측 반응을 보겠다는 여지를 남겨 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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