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일 '남북 정상회담을 논의를 위한 비밀 접촉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북한 주장의 진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국방위 대변인은 "4월부터 남측이 요청해 5월9일부터 남북 비밀 접촉이 있었다"고 말했다. 접촉이 2~3차례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비밀 접촉 장소는 베이징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남측이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자는 제의도 했다"고 주장했다.
5월9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내년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용의가 있다는 '베를린 제안'을 한 날이다. 우리 정부도 남북 접촉 사실은 시인했다. 이를 통해 정상회담 논의 등을 위한 당국간 비밀접촉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최소한 네 번 이상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남북 양측은 회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남측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베를린 제안'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소개하면서 "정상회담 일정에 대한 정식 제안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세 번째 정상회담은 핵 정상회의 기간에 갖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기 때문에 양측 주장에 공통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양측이 정상회담 문제를 어느 정도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북한은 "남측이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애걸'과 '구걸'을 하고, 천안함ㆍ연평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충안'이라도 만들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우리는 북측에 일관되게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북한의 주장을 부인하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하지 않고 "진의를 왜곡했다"고 말한 점은 여운을 남긴다. 정상회담 문제 등이 거론된 사실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정상적 절차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당당하게 해나간다'는 기본 방침을 밝혀 왔다. 그러나 2009년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싱가포르 회동설이 나왔고 그 후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을 통해 이 내용은 사실로 밝혀졌다. 남북은 그 해 11월에도 두 차례 통일부와 통일전선부 라인을 통해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돈봉투'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정면 부인했다. 북한은 "비밀 접촉에서 남측이 돈봉투를 꺼내 유혹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주장은 '과거 정권들이 돈을 주고 정상회담을 추진했다'고 비난해 온 현정권의 '대북 대화 원칙'을 흔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황당한 얘기"라며 "당국간 접촉에서 돈봉투를 꺼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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