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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빠진 '슈퍼 박테리아'에 들끓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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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빠진 '슈퍼 박테리아'에 들끓는 유럽

입력
2011.06.0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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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장출혈성 대장균(EHEC), 일명 '슈퍼 박테리아'의 오염원이 미궁에 빠지면서 불안감은 확산되고 각국의 공방은 외교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애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생산된 오이를 오염원으로 지목했던 독일 정부의 발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로베르트 클루스 식품농업소비자부 차관은 31일(이하 현지시간) 헝가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농업장관 회의에 참석해 "스페인산 오이가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스페인 3개 지역에서 실시된 조사 결과를 인정했다. 스페인산 오이가 오염된 것은 맞지만 환자들에게서 발견된 박테리아와는 다른 것이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농가 피해를 입은 스페인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스페인의 알프레도 페레스 루발카바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우리 농산물에 의혹을 제기한 독일 함부르크시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스페인 오이 논란이 제기된 뒤 지금까지 덴마크, 체코, 룩셈부르크, 헝가리, 스웨덴, 벨기에가 스페인산 농산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들이 즉각 스페인산 농산품 수입을 재개할지는 불확실하다. 오히려 러시아는 스페인과 독일 농산품으로 한정했던 수입금지 조치를 EU 전지역의 농산품으로 확대했다. 안달루시아 농업생산자협회 연합(EOCHAL)은 지난달 27일 사태 발생 후 1일까지 550명의 농업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할 것"이라면서 "수입제한 조치는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염원이 구체적으로 지목되지 않으면서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 분뇨를 거름으로 사용한 채소를 여전히 가장 유력한 오염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제 아이그너 독일 식품농업소비자부 장관은 "수백 차례의 검사 결과 감염 환자들 대부분이 북부 독일에서 오이, 토마토, 양상추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후보를 압축했다.

1일까지 유럽에서 확인된 사망자는 16명이고 감염자는 1,500명이 넘는다. 15명이 독일, 1명이 스웨덴에서 숨졌다. 감염자 중 400명 이상의 증상이 심해 사망자수가 급증할 수도 있다. 감염은 성인 남녀, 특히 여성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그 이유도 오리무중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 여성들이 샐러드를 많이 먹기 때문에 감염율이 더 높다는 것이 하나의 가설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염자들이 나타내는 증상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다. 시가독소(shiga toxin)를 가진 EHEC가 혈액과 신경계, 신장에 문제를 일으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한다. 베를린 샤리테병원 미생물학연구소 울프 괴벨 교수는 "박테리아가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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