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이 부동산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떠올랐다.
한때 국내 주요 빌딩들을 '블랙홀'처럼 삼켜버렸던 외국계 투자자들이 시장침체에 실망한 채 잇따라 한국을 떠나는 사이, 미래에셋은 건물들을 거침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주식시장 만큼이나, 부동산시장에서도 미래에셋 돌풍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공격투자?
주식 채권 이외의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미래에셋계열의 미래에셋맵스는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빌딩을 사모펀드 형태로 약 2,400억원에 인수했다고 1일 밝혔다. 이 빌딩은 지상19층, 연면적 4만9,300㎡ 규모로, 하나금융그룹이 내놓은 A급 오피스빌딩. 미래에셋맵스 측은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국내 대기업 등 신용도가 우수한 업체들이 장기임차인으로 들어와 있는데다 빈 사무실이 전혀 없는 수익성 높은 빌딩"이라고 평했다.
미래에셋맵스는 앞서 지난 4월에는 총 2,318억원을 투자,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6성급 호텔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지상 336㎙ 높이에 69층으로 지어질 랜드마크 호텔로, 이중 1~22층에 연면적 7만 6,497㎡의 400여객실이 들어선다. 미래에셋맵스는 그 동안 주로 오피스빌딩에만 투자해왔는데, 호텔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측은 "수익성 높은 건물이라면 투자대상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일 현재 미래에셋맵스가 운용하는 국내외 부동산펀드는 총19개로 설정액만 2조 4,050억원에 달한다.
역발상 투자?
현 국내 상업용 건물시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를 중심으로 한 외국계 투자자본의 '엑소더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문업체인 알투코리아에 따르면 외국계의 서울 오피스빌딩 보유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9.4%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8월엔 7.0%로 뚝 떨어졌다. 예컨대 환란 이후 10여건의 국내 빌딩을 사고팔면서 '큰 손'으로 자리잡았던 모건스탠리조차 현재는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만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으며, 이 조차 위탁을 맡긴 상태. 이 밖에도 메릴린티 론스타, 멕쿼리 등 대형IB들이 대부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 떠난 상태다.
하지만 미래에셋맵스의 행보는 정반대다. 예전보다 훨씬 공격적이 됐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맵스는 오피스빌딩의 가치를 강조했다.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 전체를 놓고 보면 다소 침체된 측면이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 그 중에서도 특히 오피스빌딩은 안정적으로 연 평균 1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 미래에셋맵스의 부동산투자개발본부 김형석 전무는 "서울 오피스빌딩의 매매가와 임대료 수준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3분의 1 내지 4분의 1의 수준인 반면 가격과 임대료의 변동폭은 작아 투자위험이 낮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 일색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관련 기업들이 철수와 입주를 반복하는 바람에 1년짜리 임대료가 50%를 오르내리기도 할 만큼 불안정하다. 반면 한국은 오피스빌딩에 입주한 기업의 형태가 다양한데다, 국내 기업들이 성장세라 향후 임대 수익에 대한 전망도 좋다는 게 미래에셋맵스의 분석. 호텔 역시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늘고 있고 사업차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 규모도 커지고 있어 충분히 해볼만한 장사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아울러 미래에셋맵스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등 연기금들이 주식 외에 분산투자 목적으로 부동산 투자의 비율을 늘려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김 전무는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을 원하는 기관들이 투자하기에는 상가나 쇼핑몰보다 임대 수익이 뒷받침 되는 오피스빌딩이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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