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내가 학생일 때부터 '노인정'이 있었고 '청년당'이 있었다. 노인정은 히말라야시다나무 아래 쉼터인데 복학생들이 모여서 노인정이라 불렀다. 그 반대편 길가에 신입생들이 모이는 청년당이 있었다. 그땐 그 나무 이름을 몰랐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그 나무가 참나뭇과에 속하는 졸가시나무라는 것을 알았다.
대학 수목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영어교육과 김정규 교수께서 학보에 쓴 글을 찾아 읽어 보니 '우리 대학에서 가장 멋진 나무는 졸가시나무다'고 평하셨다. 졸가시나무 뒤편에 10ㆍ18광장이 있다. 내가 청년당 당원일 때 10ㆍ18이 있었다. 졸가시나무 뒤에 10ㆍ18광장이 있다는 것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졸가시나무는 상록활엽교목이다. 도토리 열매가 달린다. 참나무만 도토리 열매를 다는 줄 알았던 나는 상록의 잎을 가진 졸가시나무가 도토리를 단다는 것이 신기롭다. 그러다 당시의 푸른 상록수 같았던 청년당 당원들이 10ㆍ18에 뛰쳐나가 역사를 바꾸었던 것도 도토리 열매를 단 것과 같다는 생각에 닿자 졸가시나무가 그 시절의 우리를 상징하는 나무로 다가왔다.
김정규 교수께서는 일본이 원산지이고 제주도에 자생하는 졸가시나무는 1899년 마산포 개항 이후에 일본에서 들여와 식재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식목했다면 수령은 110년이 된다고 하셨다. 알고 보니 졸가시나무가 바로 마산의 역사며 우리의 역사였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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