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열렬한 하이파이브를 받은 뒤 관중석을 향해 90도로 깎듯이 인사를 건넸다. 자신보다 더 애간장이 녹았을 김무관 타격코치를 얼싸 안았다. 그 동안 극심했던 마음고생을 한방에 날려 버리며 정말 눈물이 날 뻔도 했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최고의 '무대 매너'를 자랑하는 호탕하고 털털한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양 손을 눈가에 대고 우는 포즈를 취하며 팬 서비스까지 선보이는 여유도 그대로였다.
롯데 캡틴 홍성흔(35)이 그토록 기다리던 첫 '손맛'을 느끼며 감격했다. 올시즌 36경기 만에 터진 마수걸이 홈런(2점)이었다. 홍성흔은 지난해 26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17일 인천 SK전. 포문은 박종윤(29)이 열었다. 1루수 겸 2번 타자로 출전한 박종윤은 1-0으로 앞선 2회 2사 만루에서 상대 두 번째 투수 고효준의 4구째 141㎞짜리 낮은 직구를 밀어 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올시즌 만루홈런 시즌 7호이자 통산 558호. 박종윤 개인으로는 두 번째 잊지 못할 만루포다. 특히 생애 첫 만루홈런 역시 지난해 5월11일 부산 SK전에서 기록, 새로운 'SK 킬러'로 등장했다.
화끈한 '타격쇼'의 마무리는 홍성흔의 몫이었다. 5-0으로 앞선 3회초 무사 1루.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은 상대 세 번째 투수 전준호의 139㎞ 몸쪽 높은 직구에 지체 없이 방망이를 힘껏 잡아 당겼다.
'딱.' 타구는 밤 하늘을 가르며 좌측 펜스를 넘어갔다. SK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은 쐐기 투런포. 부진에 빠졌던 이재곤은 7이닝 7피안타 2실점(자책)으로 시즌 첫 선발승을 거뒀다. 롯데의 8-2 승리.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난 홍성흔은 경기 뒤 "그 동안 장타가 나오지 않아 힘들었다. 김무관 코치가 특별 타격훈련을 통해 스윙 궤도를 잘 잡아줘 좋아진 것 같다. 김 코치가 제일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특히 롯데는 올시즌 7차례 '화요일 무패행진(5승2무)'을 이어가며 지난달 6일(2승2패) 이후 처음으로 승률 5할(17승2무17패)에 복귀했다. 최근 3연승 및 인천 4연승을 달린 롯데는 이날 나란히 승리를 거둔 삼성, KIA와 공동 4위로 올라섰다. 4위 복귀는 4월 10일 이후 37일 만.
인천=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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