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2개 회사로 쪼개진다.
SK텔레콤은 31일 통신 서비스 영역과 플랫폼 영역으로 사업을 분할해 2개 회사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분할 시점은 10월1일로 정했다. 플랫폼 영역은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개발, 다중스크린 서비스 등 직접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외한 콘텐츠 부문을 말한다. 플랫폼 영역은 물적ㆍ인적 분할을 통해 기존 SK텔레콤의 100% 자회사 형태로 설립된다. 분할하는 플랫폼 영역의 사명 및 사장은 아직 미정이다.
최태원 회장 '실수를 두려워마라'
SK텔레콤이 회사를 나누는 이유는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내부에서는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이동통신 1위 업체에 걸맞는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오랫동안 고민했다"며 "특히 5년 동안 이어진 성장 정체에 대한 고민이 분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KT가 들여와 국내에 스마트폰 바람을 일으킨 애플 아이폰도 한 몫했다. SK텔레콤 내부에서는 KT에 아이폰을 빼앗기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잃었다는 비판도 일었다. 한마디로 실기한 것이다.
아이폰 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부문에서 기존 이동통신 매출을 갉아먹는 것을 우려해 과감한 투자나 사업 시도로 이어지지 못했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 하성민 총괄대표는 이날 사내 방송을 통해 "통신망이나 직접적인 고객 서비스 분야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지만, 반대로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영역도 있다"며 "카카오톡 같은 파격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에 매출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사업은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피해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틀을 깨야 한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는 그룹 전체 경영을 염두에 둔 최태원 SK 회장의 의지가 결정적이었다. 업계에서는지난해 예기치 못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력 등 정치적 변수와 내부적으로 계속 상승하는 SK텔레콤의 운영비 증가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플랫폼 영역이 분사하게 되면 SK텔레콤의 통신 서비스 영역은 규모를 최대한 줄여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통신 서비스 영역이 꼭 유지해야 할 조직을 제외하고 대부분 플랫폼 영역으로 이관할 수 있다"며 "조직의 슬림화도 이번 분사의 주 이유"라고 설명했다.
자회사 사업영역도 조정
중요한 것은 분사 이후. SK텔레콤은 직접적인 통신 서비스 영역에 치중하고 위치정보, 전자상거래, 미디어, 광고 등 나머지 서비스는 모두 플랫폼 부문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자회사들의 사업조정도 예상된다.
우선 검토 중인 것은 SK브로드밴드와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일부 사업을 SK텔레콤에서 떨어져 나가는 플랫폼 영역에서 가져가는 방안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유무선 결합서비스와 이기종 융합서비스(IPE) 등에 필요한 사업은 플랫폼 영역에서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분사는 집중과 성장을 향한 파격이라는 측면에서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기존 이동통신서비스에 집중하고 카카오톡 같이 기존 SK텔레콤에서 할 수 없는 파격적인 서비스는 플랫폼 영역에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적 분할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그만큼 통신비 인하 압력 등 정부의 각종 규제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을 가능성도 줄어든다. SK텔레콤 관계자는"이번 분할은 시행착오를 인정하는 혁신 문화를 만들겠다는 뜻"이라며"단기적으로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SK텔레콤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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