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러시앤캐시컵)의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정종관(30)이 자살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구단 이기주의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축구계에는 오랫동안 방치한 '암세포'가 터졌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구단 관계자나 동료들이 승부조작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쉬쉬했다는 것이다. 만일 구단들이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 방안을 찾았다면 선수들의 자살까지 이어지는 비극은 막았을지도 모른다.
그럼 왜 구단들은 침묵해야만 했을까. 몇몇 구단은 승부조작 의심 선수들의 '블랙 리스트'를 갖고 있었다. 이같은 리스트를 다른 구단들과 공유하진 않지만 알게 모르게 새어나가기 마련이다. 구단도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했다는 완벽한 물증을 잡아내기 힘들지만 어느 정도 확신이 섰을 때 '퇴출 카드'를 꺼내 든다. 시즌 중이나 리그가 끝난 후 계약을 포기하면서 물을 흐린 '미꾸라지'를 내보낸다.
A구단, B구단, C구단 소속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의심 받으며 K리그에서 쫓겨났다. 수비수 K씨는 창단 멤버임에도 재계약에 실패, 하위 단계인 N리그에서 새로운 둥지를 찾아야 했다. 또 다른 수비수 K씨는 한국에서 새 팀을 찾지 못해 외국 리그로 건너갔다. 그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소속팀의 주전으로 활약했던 D씨는 한창 뛰어야 할 나이에 소속팀을 찾지 못해 무적 신세에 처해있다.
이외 다수의 선수들도 구단에 찍혀 보따리를 싸야 했다. 구단들이 '블랙 리스트'에 대한 소문을 감출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미지'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만약에 그런 일이 있다면 구단에선 쉬쉬하려 할 것이다. 다른 데로 소문이 새어나간다면 설사 그 일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구단의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승부조작에 대해 의심받기 시작하면 K리그에 다시는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된다. 한 관계자는 "확실한 물증 없이도 소문만으로도 해당 선수는 영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민등록증에 빨간 줄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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