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친숙해진 얼굴들이 있다. 택배와 퀵서비스 기사들이다. 주말에 집에 있다 보면 이웃보다 택배 기사를 더 자주 마주친다고 한다. 또 누구나 한번쯤 급하게 서류나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이들을 부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택배업 종사자는 3만 5,000 여명, 퀵서비스는 10만 명에 가깝다. 물류산업의 성장 추세를 고려하면 현장 종사자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갖가지 위험ㆍ질환에 노출
얼마 전 이들의 업무 실태를 살펴 볼 기회가 있었다. 택배 기사의 경우 보통 오전 7시쯤 출근하여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 일하며 평균 168박스의 화물을 운반한다. 차량 운전에 따른 교통사고 위험 외에도 빈번한 승하차 및 계단 오르내리기에 따른 낙상사고와 관절 통증,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위장 장애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또 퀵서비스 기사들은 도로의 배기가스에 그대로 노출되어 호흡기질환 위험이 많고, 거의 모두가 크고 작은 교통사고 경험이 있을 정도다. 일터의 안전과 건강 측면에서 그야 말로 취약 계층인 것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아진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논의 대상이 되면서도 아직 이렇다 할 사회적 보호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업무상 재해에 대해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상하는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이들의 사고와 질병을 감당하는 것은 모두 본인 몫이다. 심지어 퀵서비스 기사의 경우 사고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 민영보험에서 가입을 거절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오늘도 단 한번의 사고만으로 건강과 가정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는 위태위태한 길을 질주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이들의 법적 지위가 일반 근로자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통상 법적으로 자기 책임 아래 사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사업자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거나 업무수행 과정에서 특정사업자의 지휘 명령을 받는다. 따라서 자영업자과 근로자의 중간적 지위를 갖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처럼 산업구조 및 고용형태의 다양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된 계층을 이른바 '특수형태 업무종사자'라고 부른다.
정부는 특수형태 업무종사자 보호대책의 일환으로 산재보험법 특례를 신설하여 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트럭 운전자,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4개 직종에 대하여 2008년 7월 1일부터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택배 기사와 퀵서비스 기사는 기존 4개 직종보다 재해 위험도가 높고, 50% 이상이 가계 소득을 전부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해 발생에 따라 가계의 부담 또한 기존 4개 직종보다 더 높다. 이들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등 사회적 보호가 시급한 이유다.
취약계층 사회적 보호 급해
물론 산재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 등의 부담이 따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뜻하지 않은 재해로 인한 종사자와 그 가정의 고통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일원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데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우리 사회가 변화와 발전의 열매를 함께 누리는 공정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재훈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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