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꼬리를 잡았다."
지난해 9월 예금보험공사 재산조사실 직원들은 미국 현지 기관이 보낸 조사 결과를 받고 환호성을 올렸다. 거액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새한종합금융의 부실 책임자 중 한 사람인 나선주(50)씨가 숨겨둔 거액의 부동산이 포착된 것.
조사 결과 나씨는 자녀의 이름으로 캘리포니아주 산마르코스에 340만달러(매입가)짜리 대저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1999년 새한종금의 파산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된지 11년 만에 나씨가 해외에 감춰둔 재산의 단서를 잡은 것이다.
나씨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직전 무리한 인수합병을 통해 30대 재벌까지 급부상했던 거평그룹의 기획조정실장과 부회장을 지낸 인물. 그룹 창업주 나승렬씨의 조카이기도 하다. 거평은 96년 산업은행과 체이스맨해튼 은행으로부터 새한종금을 사들여 종합그룹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그러나 새한종금은 이후 모그룹의 부실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다가 99년 파산했다. 당시 나씨는 계열사에 2,970억원을 불법 대출하는 등 회사에 총 4,0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예보는 출입국 기록 등을 분석, 99년 해외로 도피한 나씨가 계속 미국 캘리포니아에 체류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현지 조사업체에 나씨와 그 가족 명의의 재산이 존재하는지를 의뢰했다. 예보는 은닉 재산이 확인되자 한국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즉시 현지 법원에 환수 소송을 제기했고, 나씨와의 합의를 통해 20일 은닉 재산 중 120만달러를 회수했다.
예보 관계자는 "미국은 변호사 선임료 등 법률 비용이 비싸, 소송이 길어질수록 환수액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며 "국민정서를 생각하면 판결을 받아 회수하는 게 맞지만 실제 회수액을 감안해서 합의를 통해 일부라도 회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