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소프트패치(일시적 경기둔화)'를 겪는 걸까.
순항하던 국내 경기에 제동이 걸렸다. 실물경제지표와 체감경기지표가 동반 하락하면서 상승흐름에 이상이 온 것인지, 일시적인 숨고르기 인지 해석이 분분하다.
31일 통계청이 내놓은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1.5% 감소했다. 2월에 이어 두 달 만의 마이너스 반전이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6.9% 증가했지만, 상승각도 역시 점차 완만해지는 모습이다.
소매판매 역시 전월 대비 1.1%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18개월 만에 뒷걸음(전년동월대비 -1.1%)쳤다. 생산 소비 투자 등 모든 실물경제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기심리도 식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5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4포인트 떨어진 94를 기록했다.
정부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실물지표와 심리지표의 동반 하락에도 불구, 상승흐름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광공업 생산의 경우 4월 부진의 원인이었던 자동차ㆍ화학업계의 시설보수ㆍ정비가 대부분 마무리된 만큼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현 경기국면을 소프트 패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현재의 지표하락은 중동 불안, 일본 지진,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적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데 따른 일시적 조정 국면"이라며 "6월부터는 전월대비 플러스로 바뀌는 지표들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 ▦인플레 압력이 여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경기가 꺾이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기간 둔화 흐름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견해도 많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당분간 이런 약세 상태로 횡보할 것"이라고 봤고,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미 주택ㆍ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국내 물가도 안정되는 게 급선무"라고 평가했다.
● 소프트패치(soft patch)
골프장에서 잔디가 자라지 못해 공을 치지 어려운 지점을 라지(large) 패치, 공을 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곳을 소프트 패치라 한다. 기조적인 경기침체가 라지 패치라면, 상승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주춤해질 때가 소프트 패치인 셈.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Fed)의장이 2002년 말 당시 미국경제상황을 소프트 패치로 표현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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