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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컸지만 겉돌기만 한 'K리그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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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컸지만 겉돌기만 한 'K리그 워크숍'

입력
2011.05.3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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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승부조작 파문으로 긴급 개최된 프로축구 K리그의 워크숍은 '일방통행'만 있었다.

프로축구 출범 28년 만에 16개 구단 선수와 코칭스태프, 임직원 그리고 심판까지 1,150여명의 K리그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일만큼 K리그 선수 및 관계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컸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이 31일 강원 평창 한화 휘닉스파크에서 마련한 1박2일 일정의 비리 근절 방지를 위한 'K리그 워크숍'은 겉만 성대했다. 급하게 소집된 선수단은 강사들의 강연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전을 피우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축구계가 혼연일체하지 않으면 K리그는 몰락할 수 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모두 자성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만 다시 사랑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정몽규 연맹 총재의 의미심장한 인사말로 워크숍은 막을 열었다.

연맹은 불법 베팅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 내용까지 바꾸며 승부조작에 대한 위험을 경고했다. 스포츠토토의 이동건 대리는 투표권과 승부조작 가담, 불법 스포츠베팅이 모두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승부조작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만 보이더라도 2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심각한 내용들이 나왔지만 한 자리에 모인 선수단에 흡수되지 못하고 허공에 맴돌았다. 우선 각 구단이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점이 문제였다. '메모를 하며 주의 깊게 들어라'는 등의 주의 사항을 공지하지 않았고, 휴대폰조차 버젓이 사용하게 방치했다. 많은 선수들은 휴대폰으로 딴짓을 하거나 낙서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잠을 청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강연을 알아듣지 못하는 용병들은 그저 통역들과 웃으면서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연맹은 강연에 앞서 16개 구단 선수들을 상대로 승부조작 등 불법행위에 연루된 의혹이 생기면 계좌 입출금 및 통화 내역 등 개인정보를 스스로 제공하는 내용의 각서를 받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이러한 각서는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강연조차 흘려 들었다. 한 코치는 "받아 적는다고 바빴다. 프레젠테이션이 너무 글 위주로 채워져 선수들에게 각인됐을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프레젠테이션 중 선수들의 눈을 사로잡을 이미지와 동영상 삽입 등이 없었던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국립경찰대학 표창원 교수의 '승부조작 심리와 대책' 강연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는 지루했던 시간이 끝났다는 의미의 '축하 박수'로 들렸다.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고 3일 만에 급조된 워크숍은 구색만 갖추는 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전날 정몽규 총재의 사과문 발표처럼 여전히 현실성 있는 대안은 어느 것도 제시되지 않았다.

워크숍은 단장, 감독, 주장들이 참가하는 분과별 간담회에 이어 1일 분과별 간담회 결과를 발표한 뒤 해산할 예정이다.

한편 프로축구 K리그 승부조작과 관련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단 프로축구연맹의 자체 정화과정을 지켜본 뒤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프로축구연맹이 전날 사과문만으로 사태를 진정시키겠다는 의도에 정부가 공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돼 귀추가 주목된다. 문체부 김기홍 체육국장은 "정부차원의 진상조사와 프로축구연맹의 대응책 중 어떤 방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 난상토론을 펼친 끝에 이같이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평창=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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