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는 30일 7ㆍ4 전당대회 경선 룰을 두고 막판 토론을 벌였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결국 현행 당헌ㆍ당규를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대권ㆍ당권 분리 문제를 현행대로 분리하고, 대표_최고위원도 현행대로 통합해 선출하기로 한 것이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대선 1년6개월 전 당 대표를 포함한 모든 선출직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이 유지됨에 따라 새 지도부를 뽑는 한나라당의 7ㆍ4 전당대회에는 사실상 차기 대선주자가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가 당내 실세나 대주주들이 빠진 '2부 리그'로 치러지게 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당헌ㆍ당규 개정 논의가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제시한 이른바 '가이드라인'대로 결정됨에 따라 당내 논란도 예상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회동에 이어 이날에도 당헌ㆍ당규 현행 유지 방침을 거듭 밝혔다. 비대위는 다만 전당대회 선거인단 규모를 현행 1만명 이하에서 21만명으로 대폭 늘리기로 합의했다.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전당대회 룰과 관련해 합의된 부분은 합의된 대로, 합의되지 않은 부분은 현행 룰을 따르도록 결정했다"며 "미세한 부분은 당헌ㆍ당규 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8차례 회의에서 열띤 토론이 있었으나 끝까지 의견이 팽팽했다"며 "표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표결 처리는 비대위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원장에게 결정을 일임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또 "그동안 거론됐던 중재안에 대해서는 소위에 위임했다"며 "소위에서 의견을 수렴하면 전체회의에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주자들에게 상임고문 등의 역할을 주고 대선 예비후보 등록 시점을 현행 대선 240일 전에서 365일 전으로 앞당기는 방안, 당 대표가 최고위원 2명을 직접 지명하는 방안 등 토론 과정에서 나온 중재안을 당헌ㆍ당규 소위에 일임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비대위의 결정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특임장관 등 대선주자는 대선 출마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들이 대표 및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김무성 전 원내대표, 홍준표 전 최고위원, 남경필 의원, 원희룡 전 사무총장, 나경원 전 최고위원 등이 대표 후보로 우선 거론된다. 친박계에선 유승민 의원이 거명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후보군이다.
이들 후보를 중심으로 친이계, 친박계, 소장파 등 각 계파 및 세력 간 세 싸움과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확정 된 경선 룰에 따른 유∙불리를 명확히 따지기는 어렵지만 선거인단 수를 21만명으로 늘린 것은 줄세우기 등 조직의 영향력을 과거보다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앞서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는 대표_최고위원 분리 문제를 둘러싼 팽팽한 이견 때문에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권영진 의원 등 초선 소장파 의원들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해 대표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학송 의원 등 친박계 중진 의원들은 현행대로 통합 선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권ㆍ당권 분리 문제를 두고는 친이계가 통합론 또는 분리 완화를, 친박계가 현행 유지를 주장하며 이견을 보였다. 이날 회의에서 정 위원장은 경선 룰을 둘러싼 격한 논란에 대해 "이 모든 게 한나라당의 업보"라고 개탄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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