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ㆍ부패 등 혐의로 해외 도피중인 탁신 치나왓 전 태국 총리의 막내 여동생 잉럭 치나왓(43ㆍ사진)이 야당 대표로 선출된 뒤 야당 지지율이 여당을 앞질러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7월3일 총선에서 총리 자리까지 꿰찰 형국이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잉럭 치나왓이 푸에아타이당의 총리 후보로 선출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푸에아타이당의 지지율이 41%를 기록, 집권 민주당을 4%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에 앞서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들은 막상막하였다.
잉럭 치나왓은 빼어난 미모와 평범하지 않은 출신배경에다 부동산개발업체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능력까지 겸비, 총리 후보로 선출되기 이전부터 유명세를 탔던 인물이다. 지난주 태국 북부지역에서 열린 집회에선 광적인 팬들이 휴대폰 촬영을 시도하며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을 정도이다.
잉럭 치나왓은 그러나 정치적 경험이 전혀 없다. 1988년 태국 치앙마이대에서 정치행정학을 공부하고, 1990년 미 켄터키주립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게 전부다. 이 때문에 그를 탁신 치나왓 전 총리의 대리인으로 보는 견해도 적잖다.
그러나 다소 공허한 그의 연설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가 농민들에게서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쌀농사를 짓는 한 농부는 FT에 "탁신 치나왓 전 총리가 우리들을 도와줬기 때문에 잉럭 치나왓도 우리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경쟁자인 민주당의 아피싯 웨짜지아 현 총리가 갖지 못한 매력이다.
한편 이번 총선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치나왓 전 총리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이 될 가능성 높다. 탁신 치나왓 전 총리가 사실상 푸에아타이당의 실질적인 지도자란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탁신 치나왓 전 총리는 탈세와 토지 부정취득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됐다. 이러한 시각을 의식한 듯 잉럭 시나왓은 "법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선거를 치를 것이며, 승리하더라도 절대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탁신 치나왓 전 총리도 "동생은 나의 대리인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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