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민간인에 대한 오인 폭격이 잇따르고 있어 아프간 주민뿐 아니라 정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NATO군이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한 것은 엄청난 실수이자 아프간 어린이와 여성들에 대한 살인 행위"라며 "아프간 국민들을 대표해 마지막으로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NATO군은 헬만드주 노자드 지역 미 해병 기지가 무장 세력의 공격을 받자 28일 무장헬기 등으로 반격에 나섰다가, 민가를 오폭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만드주 당국은 "두 채의 민간인 가옥이 폭격돼 소녀 5명, 소년 7명, 여성 2명 등 민간인 1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는 특히 카르자이 대통령이 NATO군의 야간 공습을 금지한 지 몇 시간 뒤에 발생한 것이어서 아프간 내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사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에 따른 보복 테러가 늘어나면서 최근 이에 맞서는 NATO군의 오폭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6일에도 NATO군의 북동부 누리스탄주 공습으로 민간인 18명과 경찰 20명이 사망했고, 17일에도 탈로칸 등에서 아프간 정부군과 NATO군의 합동작전 도중 민간인 4명이 숨졌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등 서방 세계에 대한 반감이 크던 아프간에서 오폭까지 이어지자 NATO군에 대한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위 진압 과정에서 또 다시 사망자가 속출, 제2의 피해가 생기고 있다는 데 있다. 궁여지책으로 아프간 정부는 민간인 희생이 발생하기 쉬운 특수 및 야간 작전은 자국군만이 수행하고, NATO군은 자국군과 조율 없이 이 같은 작전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나 이러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 지는 의문이다.
NATO군은 여론을 의식한 듯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즉각 사과했다. 아프간 주둔 NATO군의 존 투란 국제안보지원군(ISAF) 소장은 30일 "오폭 희생자의 유족과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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