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이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호가(家)의 갈등이 '형제의 난'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이석환)는 30일 금호알에이시(옛 금호렌터카) 청산인 문모(57)씨가 이 회사 이모(61) 전 대표 등 전직 임원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고소는 사실상 금호석화 측이 주도하고 있다. 피고소인 4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본부 핵심 임직원들로 박삼구 회장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입수한 고소장에서 고소인은 "피고소인 4명의 배임을 지시한 사람을 처벌해 달라"고 명시, 박삼구 회장을 직접 겨냥했다.
고소장의 요지는 우량기업이던 금호렌터카가 박삼구 회장의 지시에 의해 2008년 3월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하면서 부실을 떠안는 바람에 현재 청산 절차를 밟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박삼구 회장이 금호렌터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고소인은 "금호렌터카가 대한통운 발행주식 4.36%를 인수했지만 경영 참여 권리는 보장받지 못한 채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1,143억원을 지급했다"며 "대한통운의 실질적 인수 주체인 대우건설이나 아시아나항공 대신 금호렌터카가 전략적 투자자에 대한 풋옵션 의무를 모두 부담해 605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됐으며 회사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 결국 1,325억원의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금호그룹은 2009년 박삼구, 박찬구 회장 형제 간에 경영권 다툼이 발생해 두 사람이 동반 퇴진했다가 지난해 박삼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를 맡으며 경영에 복귀했다. 금호석화 측은 서울남부지검의 비자금 수사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제보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박찬구 회장을 수십억원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로 내달 3일 소환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측은 이번 소송은 2009년의 경영권 분쟁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금호알앤씨가 청산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경영악화의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소송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세간에서 '형제의 난'운운하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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