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고교선택제 존폐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 같다. 곽노현 교육감은 최근 "고교선택제를 현 상태 그대로 존치하기는 힘들다"며 2013학년도부터 대폭 수정ㆍ보완할 방침을 시사했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사실상 고교선택제 폐지 의사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고교선택제는 공정택 전 교육감 시절인 2009년, 후기 일반계고에 대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일반계고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1단계에서 학생들이 서울 전체 학교 가운데 2개를 골라 지원하면 추첨으로 학교 정원의 20%를 먼저 뽑고, 2단계로 거주지 인접 학교 중 2개교를 선택해 지망하면 정원의 40%를 뽑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년간 시행한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선호 학교의 대부분이 자율형 사립고로 편입되다 보니, 학교 선택의 의미가 크게 퇴색해버린 것이다. 실제로 시행 첫해엔 1단계 선택에서 타학군 학교를 지망한 학생의 비율이 14.4%였으나, 지난해엔 10.3%로 급격히 줄었다. 이런 추세가 고교선택제 무용론으로 이어졌다.
이 제도가 침체된 일반계고의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곽 교육감은 "서울에서 매년 상위 50% 학생 1만여명이 자사고에 몰리면서 일반계고에선 하위권이 두터워지고 있다"며 "여기에 고교선택제로 또다시 선호ㆍ비선호 학교가 나뉘면서 중ㆍ하위권 학교에서는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울 정도로 하위권이 비대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사정이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고교선택제의 재검토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단순히 폐지할 경우, 그나마 일반계고의 경쟁력 제고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게 문제다. 따라서 재검토는 현재의 자사고나 외국어고 등 전기 고교 전형의 실효성을 인정하는 선에서 출발해 후기 일반고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나 예산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시교육청 뿐만 아니라 교과부도 적극 협력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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