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른손투수 심수창(30)은 선수단 휴일이었던 30일에도 출근했다. 점심식사 후 잠실구장에 나간 심수창은 캐치볼로 어깨를 푼 뒤 러닝으로 훈련을 마무리했다.
지난해만 해도 LG는 월요일에도 훈련을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휴일만은 철저히 지키고 있다. 심수창은 그러나 "몸은 좀 풀어야겠다"며 훈련을 자청했다.
심수창은 늪에 빠져 있다. 2009년 6월14일 잠실 SK전 승리 이후 2년간 27경기에서 승리 없이 14연패(1홀드) 중이다. 14연패는 롯데 김종석의 16연패(87년 4월19~91년 8월17일), 빙그레 장명부(1986년 4월1~7월26일)와 LG 류택현(2003년 6월18~2008년 9월27일)의 15연패에 이어 프로야구 역대 최다연패 4위의 불명예다.
프로야구 30년을 되돌아보면 잦은 실패는 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경우가 많았다. OB 장호연은 데뷔 첫해였던 1983년 17패(6승)를 당했지만 통산 100승 투수(109승) 반열에 올랐다. 2007년 18패(7승)로 그해 최다패 투수였던 윤석민(KIA)은 이듬해 14승과 함께 평균자책점 1위(2.33)에 등극했다.
심수창의 연패가 길어진 것은 투구 내용이 나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28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뒤 팀이 1-0으로 앞선 7회 마운드를 내려왔다. 최근 2년 새 최고 피칭으로 712일 만의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마무리투수인 고졸신인 임찬규(19)가 3-1이던 9회 말 1사 2루에서 강귀태에게 동점 2점 홈런을 맞는 바람에 심수창의 승리는 날아갔다. 덕아웃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심수창의 입가에는 허탈한 웃음이 흘렀다. LG는 연장 10회 이택근의 결승타로 4-3으로 승리했고, 승리투수는 임찬규의 몫이 됐다.
경기 후 임찬규는 심수창을 찾아가 "죄송합니다"라며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 너라도 승리를 챙겼으니 다행이지. 신경 쓰지 마라." 심수창은 열한 살 형답게 의연했다.
2004년 LG 유니폼을 입은 심수창은 3년째이던 2006년 10승(9패)을 거두며 차세대 에이스로 발돋움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주춤거렸다. 2007년에는 3승(5패), 2008년에는 6승(5패), 2009년에는 6승(12패)에 그쳤고, 지난해와 올해(3패)는 7패만을 떠안았다.
심수창은 오는 주말(3일 또는 4일 부산 롯데전) 시즌 8번째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다. 14연패를 끊을 절호의 기회이자 15연패로 추락할 위기이기도 하다.
"자꾸만 연패가 길어지는데 왜 초조하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신경 안 쓰고 잘 던지려 노력할 뿐입니다." 연패의 늪에서 심수창은 의연해지는 법을 터득했다.
"올해 목표는 1승입니다. 우선 1승을 해야 다음 목표를 정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지막하던 심수창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심수창은
생년월일: 1981년 2월9일
신체조건: 185㎝ 85㎏
유형: 오른손 정통파
별명: 송승헌
출신교: 배명고-한양대
데뷔: 2004년(지명은 2000년 2차 11번)
계약금: 2억1,000만원
연봉: 3,000만원(2010년 연봉은 7,000만원)
통산성적: 176경기 27승40패3세이브13홀드 4.94
최고시즌: 2006년(29경기 10승9패 4.38)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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