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저녁 서울 공릉동 육군사관학교 옆 태릉컨트리클럽(CC) 안에 있는 클럽하우스. 국방부 장ㆍ차관, 합참의장,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방위사업청장, 병무청장 등 군 최고 지휘부와 산하기관 수장들이 모여 건배사를 외치고 있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초청해 마련한 이른바 '국방의 날' 행사 자리였다.
국방부는 매년 5월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김관진 장관, 한민구 의장,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지휘관들은 앞서 오후에 의원들과 조를 이뤄 골프도 쳤다. 다만 지난해는 천안함 사태로 하지 못해 2년 만의 행사다.
이날 국방위원들은 예년의 5, 6명 수준보다 훨씬 많은 10명이 참석했다. 마침 6월 국회를 앞두고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국방개혁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른 차였다. 국방부는 6월 국회에서 정부안 그대로 처리되길 원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법안 심사와 통과는 국회의 몫"이라며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미묘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간단한 덕담 외에 가급적 국방개혁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때문에 3시간 정도 진행된 저녁식사에서 참석자 20여명이 돌아가며 건배사를 했을 뿐 예년과 달리 허심탄회하게 각자의 견해를 주고받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참석한 한 의원은 29일 "국방개혁은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밤을 새워도 끝나지 않을 사안"이라며 "어차피 국회에서 치열하게 다툴 텐데 미리 힘을 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장관도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을 6월 국회에서 잘 처리해 달라"는 정도의 원론적인 언급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석에서 일부 군 관계자들은 "군 상부구조 개편안에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내부에도 반발 기류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달 전부터 예정된 행사"라며 "국방개혁안 통과를 위해 마련한 자리는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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