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와 관련해 이번에는 감사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당국과 부산저축은행의 유착관계를 밝혀내는 데 주력해 왔다면,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은진수(50) 전 감사위원을 29일 소환조사한 것을 계기로 감사원 쪽으로도 수사망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은씨 개인이 받고 있는 혐의 입증이라는 최소한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감사원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조사는 불가피한 형국이다. 은씨가 부산저축은행 측으로부터 수수한 것으로 알려진 1억~2억여원의 대가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은씨의 구체적인 행적을 살펴봐야 한다. 은씨가 지난해 1~4월 감사원이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관련 검사에 대해 감사를 벌인 과정, 또 감사원의 최종 의결 처분이 내려지는 과정 등에서 부적절하게 개입했는지가 수사의 초점이 된다. 따라서 은씨 외의 감사위원(총 7명)들, 그리고 저축은행 관련 감사 업무에 관여했던 감사원 사무처 직원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는 필수 과정이다.
은씨 외에 다른 감사위원 1~2명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됐다는 설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감사원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는 요인이다. 부산저축은행이 사업 확장이나 퇴출 저지를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감사원 내 로비 대상이 은씨 1명뿐이라고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볼 때 검찰로서는 부실수사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의혹을 샅샅이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김황식 국무총리의 국회 발언도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총리는 당시 "(지난해)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저축은행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를 감사했더니, 오만 군데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오만 군데'(수많은 곳)가 어디일까. 김 총리의 발언은 부산저축은행의 정ㆍ관계 로비가 곳곳에 걸쳐 실재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대법관 출신인 김 총리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법원과 감사원의 관계자들은 "김 총리의 성격으로 볼 때 없는 얘기를 지어내거나 과대포장해서 말하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김 총리의 발언 중 눈에 띄는 것은 '압력'이라는 표현이다. 은씨가 부산저축은행 비호에 나섰던 게 사실이라 해도, 당시 감사원장이던 김 총리가 감사위원인 은씨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느꼈을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이 표현은 은씨보다 더 윗선의 로비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달 초 저축은행 부실 조사의 불똥이 튀었을 때 감사원이 책임 회피성 해명을 한 것도 검찰의 의심을 짙게 하고 있다. 당시 감사원은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에 공동검사를 의뢰했을 뿐 감사원이 저축은행 검사에 직접 참여한 것은 아니며, 불법대출의 상당 부분을 적발한 공동검사 결과를 다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것이 검찰의 '늑장 수사'를 탓하는 뉘앙스로 비치자 검찰은 "감사원에서 받은 자료는 지난 3월 압수수색 직전에 우리가 요청해서 받은 게 전부"라고 즉각 반박했고, 감사원도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감사원도 비상이 걸렸다. 감사원은 주말 동안 저축은행 관련 금융당국 감사에 참여했던 사무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일단 '특별한 혐의 없음'이라고 내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감사위원들에 대해서는 직접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과정에서 의외의 '폭탄'이 터져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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