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가는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절대로 안 된다. '선거의 여왕'이 나와서 웃고 다닌다고 이길 수는 없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연일 '박근혜 역할론'을 주문하면서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총선 위기 돌파를 위한 메시지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제동 걸기로도 읽힌다.
투자 유치를 위해 중국에 이어 필리핀을 방문한 김 지사는 28일(현지시간)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대세는 한나라당에 있는 게 아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심해지고 국민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내년 총선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만약 없다면 이지 고잉(easy going) 하자는 거 아닌가. 너무 안일하다"고 쏘아붙였다.
김 지사는 "나는 한나라당에서 대선주자급이나 실질적 지분을 가진 사람들이 총출동해서 사활을 건다면 해볼 만하다는 해법을 이미 제시했다"며 "대세론에 안주하면 안 되므로 박 전 대표도 총선 솔루션(해법)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와 만나서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지사는 "못 만날 이유가 없지만 제의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은 열심히 하지만 말을 잘 못하고 소통이 부족하다. 정치에 수줍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 대통령만큼 일은 못하겠지만 대신 정치적 상상력은 좀 나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최근 민생 정책을 쏟아내는 당 지도부를 향해서는 "걸핏하면 민생, 민생이라고 하는데 대한민국 정치인 중 나만큼 민생을 잘 아는 사람 있는지 묻고 싶다"며 "하지만 여의도(여당 지도부)에서 담을 쌓아놓고 부르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닐라=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