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공금횡령 범죄사상 아마도 사상 최대로 기록될 사건에 금융당국까지 조사에 나섰다.
동아건설 전 자금부장이던 박상두(50)씨 사건. 2009년 그는 회삿돈 1,898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발각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박씨는 2004년 9월 주식투자를 위해 회삿돈에 처음 손을 댄 뒤 횡령한 돈으로 카지노, 사설도박장을 드나들며 '강남 박회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체할 수 없는 많은 돈을 빼돌린 탓에 고가 아파트와 별장, 농장을 구입하는 데도 회삿돈을 펑펑 써댔다.
박씨가 횡령한 돈은 회사 운영자금 및 예치금 1,000억원과 신한은행 신탁계좌(에스크로 계좌)에 맡겨져 있던 898억원. 범죄를 숨기기 위해 구멍 난 자금을 돌려막기식으로 입금한 돈을 제외하고 그가 착복한 돈만 무려 947억원에 달한다. 수사당국은 박씨가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200억원, 사설 도박장과 해외 원정도박으로 120억원, 주식투자로 30억원을 탕진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은닉한 돈 78억원을 발견했다. 착복액 중 500여억원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박씨는 지난해 22년6월형이 확정, 현재 복역 중이다.
박씨의 횡령은 동아건설과 신한은행 간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당시 신한은행 에스크로 계좌에 맡겨져 있던 돈은 2001년 5월 파산한 동아건설이 회생과정에서 채권자들에게 갚아야 했던 회생채무변제금. 동아건설이 독자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묶어 놓은 것으로 채권자들이 법원에서 채권 확정 판결을 받으면 동아건설이 은행에 통보하고, 은행은 채권자들에게 이 돈을 나눠 지급토록 돼 있었다. 채권자 역시 한국자산공사 등 141명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박씨는 채권자가 채권 지급을 요청한 것처럼 청구서를 위조했고, 동아건설 명의의 통장으로 898억원을 빼돌려 477억원을 임의로 사용했다. 이에 동아건설은 "신한은행이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이 아닌 동아건설 명의의 계좌에 입급했으며, 1인당 지급 한도(14억원)를 넘어 지불했다"면서 은행측 책임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일 "신한은행은 신탁금을 신탁계약서의 수익자에게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신탁재산이 줄었으므로 이를 회복할 의무가 있다"며 신한은행에 관리책임을 물었다. 재판결과대로 라면 신한은행은 큰 손실을 입게 될 전망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신한은행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지난 해 12월 정기검사를 통해 라응찬 전 회장 등 경영진 내분사태의 문제점을 샅샅이 뒤졌던 금감원은 이번 횡령사건과 관련, 5개월여만에 다시 특별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은행 직원들이 특정금전신탁 업무를 취급하면서 과실이 있었는지를 가려낼 방침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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