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이슈공방 핫 포테이토'에서 다룰 주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관리서비스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이미 발생한 질병을 고치는 의료행위와는 다르다. 발병 이전에 건강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지도해 만성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이 제도의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의 대표발의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정부는 연내 법 통과, 내년 중 시행을 목표로 잡고 있다.
건강관리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 일단 도입 여부다. 복지부나 찬성론자들은 건강관리제도를 통해 만성질환을 예방하면 의료비 부담과 건강보험 재원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 측은 돈 있는 사람에게만 그 혜택이 집중돼 오히려 재산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한다.
민영 보험사 참여를 허용할 것인가도 논란거리다. 손 의원 법안에서는 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을 개설하거나 출자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허하고 있다. 보험사로 개인의 건강 정보가 유출될 우려기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보험업계나 일부 학계에서는 보험업 하나만을 부적합 업종으로 정한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김정동 연세대 교수와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가 토론 당사자로 나섰다. 김 교수는 이 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는 한편 보험사에도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조 대표는 제도 자체부터 반대하면서, 특히 국민의 건강관리가 영리 법인인 보험사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질병 예방해 의료비 절감 기여, 보험사 참여 금지는 형평성 안 맞아"
"보험사 참여를 금지하는 이유는 건강 정보를 악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악용 가능성은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다. 공정해야 할 국가의 법이 특정 업종의 진입을 차별하고 있어서 모양새가 좋지 않다"
지난해 5월 건강관리서비스법안(변웅전 자유선진당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의 유지ㆍ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ㆍ악화 방지 등을 목적으로 위해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상담ㆍ교육ㆍ훈련ㆍ실천 프로그램 개발ㆍ제공 및 이와 관련하여 제공되는 부가적 서비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 법안이 실행되면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의료비를 절감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올해 4월에 발의된 수정법안(손숙미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에는 민간 보험사가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을 개설하거나 여기에 출자ㆍ투자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법안을 보면 다른 업종이나 기관의 건강관리서비스업 진출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는데, 유독 민간보험사만 금지하고 있다. 공정해야 할 국가의 법이 특정 업종의 진입을 차별하고 있어서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 법안에서 민간 보험사의 참여를 금지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건강 정보를 유출하고 악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건강 정보의 유출과 악용의 가능성은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다. 이 법안이 별도 조항을 만들어 '서비스 참여기관이 개인의 정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유출하지 못하도록 규정'(법안 제 16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 보험사가 참여한다고 해더라도 이 규정에 적용됨은 물론이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민간 보험사만 특별히 더 건강 정보를 유출하고 악용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특정 집단을 비호한다는 의심을 받을 뿐만 아니라 보험업계 종사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국가의 법은 국민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정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만약 정부가 특정 업종의 건강관리서비스업 진출을 장려하거나 금지하려고 한다면 건강관리서비스를 잘 할 인센티브가 있는 업종의 진출을 장려하고, 악용하거나 남용할 가능성이 있는 업종의 진출을 금지해야 한다. 즉 건강관리서비스와 고유 업무의 이해가 일치하는 업종의 진출을 장려하고, 이해상충을 일으키는 업종의 진출을 억제해야 한다.
건강관리서비스와 이해가 일치하는 대표적 업종이 민간보험사이다. 건강관리서비스업의 목적은 국민들로 하여금 평소에 건강관리를 하도록 도와 병원 신세를 덜 지게 하는 것이다. 민영 건강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민간보험사로서는 소비자의 건강수준이 높아져 병원을 덜 찾아가면 그만큼 민영 건강보험금 지급액이 줄어들어 이득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민간 보험사들은 건강관리서비스업에서 소비자를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병원은 민간 보험사와 정반대의 입장에 있다. 병원이 건강관리서비스업에 진출하여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킬수록 환자가 줄어들고 병원의 수입이 감소된다. 그러므로 병원이 건강관리서비스업에 진출하는 것은 조직 내부적으로 '이해상충' 의 문제를 일으킨다. 즉 병원이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을 운영하게 되면 최선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을 찾은 소비자를 병원의 고객으로 유도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병원 관계자들이 이러한 말을 들으면 "우리의 도덕성을 의심하지 말라"며 분개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민간보험사가 소비자의 건강 관련 정보를 유출하고 악용한다는 혐의를 받았을 때 분개하고 억울해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필자는 병원 관계자들이 건강관리서비스를 남용하거나 악용할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또 병원의 건강관리서비스업 진출을 반대하지도 않는다. 병원이 건강보험서비스업에 진출한다면 보험사도 당연히 진출해야 한다. 건강관리서비스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미국, 일본 등에서도 민간보험사의 참여를 제한하는 사례가 없고, 오히려 장려하고 있다는 것도 참작해야 한다.
김정동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 "부자를 위한 제도…도입 말라, 보험사 돈벌이 수단돼선 더욱 안 돼"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도입하려던 의료민영화가 국민적 반대로 막히자,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해 우회적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
지난 23일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관리서비스'에 민간 보험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정보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있어 건강관리서비스에서 보험사의 참여를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누가 옳은지 따지기에 앞서 논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먼저 검토할 점은 '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 참여 여부'가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대로 건강관리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 추진이 사실로 확정된 듯, 이 문제에 민간 보험사의 참여 여부만이 쟁점으로 남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럼 왜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대로' 건강관리서비스를 도입하면 안 되는 걸까. 건강관리서비스는 의료서비스의 일부인 '예방'을 말한다. 이것은 의료서비스의 일부라는 점에서 국민건강보험처럼 당연히 정부가 전부 또는 일부를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의료인의 책임 하에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의료서비스와 구분하여, 따로 건강관리서비스 기관이 담당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영리기업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려는 건강관리서비스는 헬스클럽에서의 '트레이닝'과는 차원이 다르다. 몸 상태를 면밀히 검사하여 건강상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일련의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의료서비스가 포함될 수 밖에 없다. 설령 정부의 주장이 옳다고 가정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건강관리서비스와 의료서비스를 구분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건강관리서비스와 의료서비스를 무 자르듯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민건강 향상을 위해 건강관리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왜 그것을 영리기업이 맡아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정부 방안대로라면, 건강관리서비스는 일반 시민이 전부 자기 부담으로 받아야 한다. 시장논리에 따라 돈 있고 시간 있는 사람은 건강관리서비스를 받고, 여유가 없는 사람은 받지 말라는 이야기다. 복지부의 건강관리서비스 정책은 빈부격차에 따른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또다른 문제는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를 왜 복지부가 나서 추진하느냐이다. 복지부가 하려는 것은 결국 건강관리서비스 민간시장 형성을 돕겠다는 것인데, 이는 건강을 빌미로 민간 영리기업에게 돈벌이할 수 있는 터를 만들어 주는 거나 다름없다. 이것이 복지부가 할 일인가. 이런 것 말고도 복지부가 서민을 위해 할 일은 많다.
정부가 건강관리서비스를 추진하는 것은 의료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를 경제적 시각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 돈으로 좌우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복지부는 꼼수로 건강관리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의료서비스와 구분하여 시장화를 외치고 있다. 결국 이것은 정부가 추진해왔던 의료민영화가 국민적 반대로 막히자,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해 우회적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민간 보험사가 이 사업에 참여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이야기해 보자.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건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지 민간의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지부의 지적대로, 민간 보험사가 참여하면 환자의 질병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 질병정보 유출의 위험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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