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를 포함한 'PIGS'지역의 신용 위험이 금융시장에 안개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그리스에 대한 추가지원 또는 채무재조정에 대해 각국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앞으로 전개될 흐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까지 그리스 사태의 전개 가능성은 4가지 시나리오로 요약된다. 첫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추가자금 지원, 둘째는 국채만기 연장, 셋째는 원리금 감액, 넷째는 유로존 탈퇴 등이다. 이중 두 번째 시나리오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추가자금 지원은 이미 525억 유로를 지원한 데 이어 2013년까지 추가로 570억 유로가 지원될 예정이어서 돈을 더 투입한다는 것에 대해 유로존 내 의견조율이 쉽지 않다. 또 원리금 감액은 채권국가의 실질적인 손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문제는 유ㆍ무형적인 손실 및 그리스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유발할 것이란 점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검토 가능한 대안은 채권 만기의 연장이다. 채권만기가 집중된 5월 말 이전에 대안이 마련될 경우 유럽발 신용 위험이 해마다 반복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이 방안은 1년짜리 단기물 중심인 그리스의 채권만기를 일률적으로 15~20년물 이상으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1~2년 단기물로 형성된 국채 만기를 최저 7~8년, 평균 10~15년물로 돌리자는 논리다. 현재 최대 채권국인 유럽중앙은행(ECB)와 독일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프랑스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01년 아르헨티나 사태나 1998년 러시아 사태 당시에도 만기를 최대 15~40년 이상으로 연장해주면서 악재의 고리를 끊은 바 있다. 물론 이 방법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PIGS국가들이 '모르핀 효과'에 노출될 가능성은 높다. 다만, 해마다 이맘때쯤 반복되는 잠재적 불안 요인을 시차를 두고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안정감을 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난 2년 동안 동유럽사태나 남유럽 사태가 터졌을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주식을 순매도한 이후 금융리스크가 낮아지면 빠르게 재유입되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외국인 매도도 전체의 절반 이상이 유럽계 자금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제2차 양적완화 정책 종료 이후를 대비한 자산 선호도 변화가 아닌 유럽발 신용 위험이라는 이벤트성 악재에 반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코스피지수 2,100 이하에서는 주식 비중을 과감히 늘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는 게 필자의 판단. 특히 이번 조정기에 정유ㆍ화학, 자동차, 반도체 등의 비중을 늘려나갈 것을 권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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