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가장 유명한 그림을 모아 놓은 엄청나게 큰 그림책 같아요.” 홍콩국제아트페어(아트HK)가 열린 홍콩컨벤션전시센터장을 찾은 미국인 수잔 케일러씨가 전시장을 둘러본 후 밝힌 소감이다.
26~29일 개최된 아트HK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술장. 4회째인 올해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8개국 260개 화랑이 작가 1,500여명의 작품 7,000여점을 전시하고 판다. 지난해 28개국에서 150개 화랑이 참여한 데 이어 규모가 대폭 커졌다. 한국에서는 학고재 아라리오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 카이스 PKM 원앤제이 등 지난해 12곳에 비해 4곳이 줄어 8곳이 참여했다. 또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노리는 서구 화랑들도 적극 참가했다. 2008년 출발한 아트HK는 해를 거듭하면서 아시아권 최대 규모로 급성장했다.
어떤 작품이 나왔나
그림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미술 장르의 작품이 나왔다. 파블로 피카소와 호안 미로, 폴 세잔 등에서부터 ‘현대미술의 악동’ 데미안 허스트, 생존 작가 중 최고가를 갱신 중인 중국 작가 청판츠(曾梵志) 등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시장 맨 오른쪽 끝에 28m의 긴 부스를 마련한 학고재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인 이용백씨의 ‘피에타’와 이세현 서용선 김아타씨 작품, 중국 작가 장후안(張洹) 작품 등 20여점을 선보였다. 이용백씨 작품과 장후안의 재로 그린 호랑이 작품 등이 고가에 판매됐고, 이세현씨의 ‘붉은 산수’는 미국 뉴욕 페이스갤러리와 판화 제작 계약을 맺는 성과를 올렸다. 가나아트는 이환권씨의 조각 작품‘로키’를 설치해 관람객의 관심을 모았다. 갤러리현대는 전시장 입구에 전광영씨의 ‘집합’시리즈 중 대형 작품을 설치했고, 이우환 강익중씨 등의 작품도 함께 내걸었다.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이우환씨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다른 나라 화랑들 부스에 정광식 이재효 송형노씨 등이 전시되는 등 한국 작가의 작품도 두드러졌다.
세계적 화랑의 참여도 눈에 띤다. 특히 미국 뉴욕 가고시안갤러리, 영국 런던 화이트큐브와 리슨갤러리, 중국 베이징(北京) 페이스갤러리 등이 피카소 세잔 샤갈 등 거장부터 신진 작가의 작품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가지고 참여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날 화이트큐브가 선보인 앤디 워홀의 길이 10m의 ‘컬러스 마오(Colors Maos)’는 무려 5000만달러(약540억원)에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신진 작가를 위한 특별전도 열려
신생 화랑들이 신진 작가를 소개하는 아트퓨처스(Art Futures) 섹션도 새롭게 마련됐다. 35세 이하 젊은 작가의 개인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섹션에서 최고의 작가로 뽑히는 작가에게 2만5,000달러를 지원한다. 국내 갤러리엠에서 이은실씨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 전 세계 45개 화랑이 참여했다.
성장하는 아트HK
아트HK는 4년밖에 안 됐지만 작품 거래액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올해도 최고치를 깨뜨렸다. 이는 세계 화랑들이 떠오르는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술품 거래 세금을 면제해 주는 홍콩 정책도 한몫을 담당했다. 내년부터 아트HK가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아트바젤에 인수되면서 서양 화랑들의 관심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조세프 바티스타 페이스갤러리 디렉터는 “전 세계 수집가 중 4분의 1이 중국인들일 만큼 중국 시장이 커지고 있고, 리송송(李松松)과 장샤오강(張曉剛) 등 중국 현대미술가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어 앞으로 아시아 미술 시장에 적극적으로 서양 화랑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화랑들은 향후 아트HK 참가 심사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아트HK에 참가한 한 화랑 대표는 “부스비만 수천만 원이 넘는 등 참가 비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심사기준도 해외 전시 참여횟수, 소장품의 질 등 엄격하게 적용돼 갈수록 한국 화랑들이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며 “또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보니 한국 미술 시장에서 그림을 구매하지 않고, 해외로 나오는 국내 수집가들의 발길도 잦아져 국내 미술 시장이 자칫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콩=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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