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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칸영화제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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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칸영화제의 두 얼굴

입력
2011.05.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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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만명 찾는 뜨거운 예술축제 뒤엔 냉정한 장삿속이…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이 카메라 앞에 섰고, 조니 뎁과 조디 포스터 등 다른 할리우드 스타들도 레드 카펫을 밟았다. 미국 출신 우디 알렌 감독의 신작 '미드나잇 인 파리'가 개막을 장식했다. 심사위원장은 역시나 미국 배우인 로버트 드니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도 세계 예술영화들을 적극 발굴하고 후원하며 그들에게 상을 준다. 지난해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태국 영화 '엉클 분미'는 프랑스에서조차 상업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다.

상업적 냄새를 물씬 풍기는데도 예술영화의 옹호자라 종종 주장하고, 또 그렇게 여겨지는 영화제. 세계 최고라는 칸국제영화제가 지닌 두 얼굴이다.

지난해 마켓 참가자만 9,829명

칸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남부의 해안 도시 칸은 인구 7만여명의 소도시다. 항구에 요트들이 가득하고 번화가인 크로와제거리엔 고급 호텔과 명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반나절만 돌아다니면 지리를 대충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시. 5월만 되면 이 손바닥만한 도시에 세계 영화인들이 몰려든다.

지난해 영화제 측에게서 출입증을 발급받은 영화인들만 2만5,369명(칸영화제 집계). 언론인들은 4,512명이었다. 영화제를 즐기려는 관광객들까지 포함하면 50만명가량이 칸을 찾는다. 그야말로 축제 한마당이 펼쳐지는 것이다.

화려한 축제의 외양을 지녔지만 그 뒷면엔 냉정한 장삿속이 숨어 있다. 올해 64회를 맞은 칸영화제의 예산은 200만유로. 우리 돈으로 치면 308억원 정도다. 생산 유발 효과 등 간접적인 경제 가치를 따진 공식 통계 수치는 아직 나와 있지 않지만 예산의 3배가 넘는 경제적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필름마켓만 따져도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다. 지난해 칸영화제 필름마켓에 등록한 영화인만 103개국 9,829명. 이들이 마켓을 자유롭게 드나들기 위해 지참해야 하는 출입증 발급비는 1인당 328.8유로(약 50만7,000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출입증을 발급하고 올리는 수익만 323만유로(약 498억원)에 달한다. 영화사들에게 374곳의 부스를 임대해 주고 올리는 수익까지 합하면 필름마켓으로 벌어들이는 돈만도 영화제 예산을 훌쩍 뛰어넘고도 남는다.

칸필름마켓은 매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아메리칸필름마켓(AFM)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시장이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소개된 장편영화는 964편. 이 중 876편이 필름마켓에서 선을 보였다. 영화제 공식 부문(경쟁 부문ㆍ주목할만한시선 부문, 비경쟁 부문)과 비공식 부문(감독주간ㆍ 비평가주간)에서 상영된 장편영화는 88편에 불과했다.

세계 시장 개척의 교두보

세계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데다 가장 큰 영화시 장이 서니 영화인과 언론이 몰리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운집하면서 영화제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는 상승효과를 부르고 있다. 당연하게도 칸영화제는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자신의 영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특히 대중들에게 외면받기 일쑤인 예술영화들은 칸영화제의 후광을 업고 소수 영화 마니아들에게나마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한다. 올해 경쟁 부문에 테렌스 맬릭(미국), 페드로 알모도바르(스페인),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벨기에), 난니 모레티(이탈리아), 아키 카우리스마키(핀란드), 라스 폰 트리에(덴마크) 등 각국의 내로라는 영상 대가들이 몰린 이유이기도 하다.

칸의 혜택을 받은 대표적 한국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시'다. '시'는 지난해 칸영화제 최우수 각본상 수상을 교두보 삼아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시'는 칸영화제에서 소개된 뒤 40여개국에 판매됐으며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개봉, 22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3위에 올랐다. 미국 개봉 성적도 나쁘지 않다. 지난 2월 개봉해 장기 상영되며 27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시'의 국내 흥행 기록은 20만4,704명에 불과했다. '시' 등 한국 영화 해외 판매를 담당해 온 화인컷의 권유라 팀장은 "칸영화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겨냥해 한국 영화들이 찾게 된다"고 말했다.

칸영화제의 후광효과가 워낙 높으니 이를 이용하려는 일종의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ㆍ자신의 브랜드나 제품을 특정 이벤트와 교묘히 연결시키는 마케팅 기법)도 활발하다. 영화제와는 별반 인연이 없으면서도 마치 칸의 관심을 받는 듯한 호가호위 식 행사를 열어 영화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칸영화제와는 무관한 '쿵푸 팬더2'의 떠들썩한 기자회견과 강제규 감독의 복귀작 '마이 웨이'의 제작보고회 개최는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예술과 산업 두 날개로 날아

고담준론을 논하는 영화만 다룰 듯한 영화제 공식 부문도 상업적 색채를 띤다. 특히 비경쟁 부문은 할리우드 주류 영화의 홍보장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로빈 후드'가 상영됐고, 올해는 조니 뎁 주연의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와 조디 포스터 감독 주연의 '더 비버'가 비경쟁 부문을 찾았다. '미드나잇 인 파리'와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는 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봉을 영화제 개막 이후로 잡았다. 미국 연예주간지 할리우드리포터는 "할리우드 거대 영화사들은 칸영화제를 유럽 시장을 향한 진입로로 본다"고 최근 보도했다. "유럽 언론과 영화계 주요 관계자들의 집결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쟁 부문 진출작 선정에도 상업적 고려가 배어 있다. 세계 각국의 우수 영화를 자국에서 상영하려는 프랑스 배급사 등의 로비가 작용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오간다. 올해 경쟁 부문 18편 중 프랑스 영화는 4편. 공동제작 영화를 포함, 프랑스 자본이 들어간 영화는 9편이나 됐다. 칸국제영화제가 아닌 칸프랑스영화제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국내 한 영화수입사 대표는 "경쟁작 등 선정에 몇몇 다국적 배급사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러 구설에 휘말릴 만도 하지만 칸영화제의 위상은 굳건하다. 세계 3대 영화제로 함께 꼽히던 베를린, 베니스영화제를 최근 멀리 따돌리고 단독질주하고 있다는 평까지 나온다. 상업적 색채가 진해지고 있는 반면, 고집스럽게도 문제적 예술영화들에 황금종려상을 안기며 세계 영화계에 화두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는 "급속도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영화제"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1950년대 커크 더글러스, 소피아 로렌, 그레이스 켈리, 브리짓 바르도 같은 유명 인사의 참가 덕분에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됐다"고 자체 분석도 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유형의 영화예술 발전 고취를 목표로 한다"며 영화제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 스스로도 예술과 상업의 두 날개에 의지해 날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레드 카펫의 여신' 전지현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유명 여배우 전지현이 레드 카펫을 밟았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영화 팬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장면이었다. 국내 일부 언론이 "레드 카펫의 여신" "생애 첫 레드 카펫에 서는 영광" 등의 선정적 보도를 내보내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과연 전지현의 칸영화제 레드 카펫 행사 참여가 그렇게 호들갑 떨만한 일이라 할 수 있을까.

칸영화제는 개막식 이외에도 매일 저녁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 진출 작품의 공식 상영회 때마다 레드 카펫 행사를 연다. 배우건, 감독이건, 기자건 공식 상영회를 찾은 사람들은 드레스 코드를 지켜야만 레드 카펫을 밟을 수 있고, 상영장 입장도 가능하다. 드레스 코드는 남자의 경우 검은 정장에 보타이, 여자는 드레스 착용이다.

레드 카펫 행사장 옆에 도열한 사진기자들도 드레스 코드를 지켜야 취재가 가능하다.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관객들이 모두 입장한 뒤 상영작 감독과 배우가 박수 속에 입장하게 되고, 영화 상영이 시작된다. 영화제 측의 공식 초청이 없어도 해당 상영회의 티켓을 구하고, 드레스 코드만 맞추면 누구나 레드 카펫을 밟을 수 있다.

전지현은 경쟁 진출작 '아티스트'의 공식상영회에 손님으로 참여했다. 직업이 배우라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을 뿐 일반 관객과 차이 없는 신분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시'의 윤정희, 2009년 '박쥐'의 김옥빈,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은 경쟁 부문 진출작 주연으로 레드 카펫 위에 섰다. '레드 카펫을 밟았다'는 표현은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전지현과 급이 달랐다.

전지현은 미국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의 제작발표회를 위해 칸을 찾았다. 엄밀히 말하면 칸영화제의 공식 초청도 없었고, 칸영화제와 무관한 홍보 행사를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것이다. 전지현의 소속사 제이앤코엔터테인먼트의 임연정 대표는 "'아티스트' 관계자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우리도 출연작과 연관된 행사가 아니어서 조심스러웠고 (과대포장될까) 처음부터 우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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